<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라운드뒤 골프장 주변 ‘세상 풍경’도 구경해 보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마음의 결 착하게 사는 것과 바르게 사는 것은 차이가 있다. 착하게 산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골프를 좋아하는 지인들끼리 오랜만에 태국요리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우린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씩 시켜서 함께 먹기로 했다.

‘？얌꿍’ ‘느아 푸팟풍커리’ ‘까이 허 바이떠이’ ‘팟시유 센야이 탈레’ ‘파인애플 볶음밥’까지 주문해 태국서 골프 치던 추억을 반찬 삼아 한껏 즐겼다. 인간에게 떠난다는 것만큼 설레는 건 없다면서 여행에 대한 미사여구를 쏟아냈다. 원시시대부터 인류는 늘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났다면서, ‘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인류를 진화시켜 왔다며 웃고 떠들었다.

한 지인은 지금까지 국내 골프장은 물론 해외 골프장을 포함해 적어도 100여 곳을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특히 앙코르와트가 가장 감명 깊었다고 설명했다. 우린 당연하게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 사원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인은 “고대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150인승 비행기만 운항하는 것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앙코르와트 근처에 있는 골프장에서 라운드했지만, 20분 거리에 있는 앙코르와트 사원은 다녀오지 않았다. 그에겐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시엠레아프 풍경이 전부였던 것이다. 우린 시엠레아프 골프장만 다녀오고 마치 시엠레아프 곳곳을 관광한 것처럼 말하는 지인을 놀렸다. 그러고 보니 지인만 놀림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골프를 즐기는 대부분 골퍼들은 골프장만 다녀올 뿐 인근의 관광지와 사람 사는 풍경은 정작 보지 않기 때문이다. 몇 홀을 더 돌면 돌았지 주변 관광지와 문화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했다.

장자는 ‘여행은 또 다른 스승이라’고 표현했다. 여행을 통해 인간이 얻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골퍼들은 국내 골프장이나 해외 골프장에 가면 골프장에서만 머무른다. 심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바람 소리, 물소리, 자연의 숨소리가 있는 골프장은 엄마의 자궁과 같은 곳이며 따라서 많은 사람이 이곳에 머물고자 하고 또 안주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처럼 만의 여행이 골프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 같다. 한 여행 작가가 앙코르와트에 가서 썼던 내용이 생각난다. 그 작가는 “앙코르와트 사원을 보면서 가볍게 생각했던 몸과 마음에 경계의 비가 내린다. 비로소 이곳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 수 있었고, 삶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질 수 있었다”라고 썼다. 이곳에서 골프만 치고 온다면 진정한 여행의 속맛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어디론가 떠나고자 하는 것은 상처받고 피폐해진 심신을 달래고자 함이며 좋은 사람과 함께 따듯한 눈길로 행복하게 웃고 싶어서이다.

떠나고자 할 때 목적지가 골프장만 되어서는 안 된다. 따듯한 눈빛이 있고 행복해하는 웃음이 있는 골프장 주변의 사람들 향기도 함께 맡기를 앙망해 본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