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남 독살 배후는 北’ 국제共助로 반드시 밝혀내야

김정남 독살 사건이 발생 나흘을 넘기면서 범행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용의자 6명을 특정국가 정보기관 공작원 아닌 청부 암살단이란 심증을 굳혀가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아흐마드 자히드 부총리는 시신을 북한에 인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칫 배후가 규명되지 않은 채 미궁에 빠질 수 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정부는 배후가 북한 정권이란 사실을 반드시 밝혀내기 위해 외교·정보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한국 국적이었던 1983년 아웅산 사건이나 1987년 대한항공(KAL) 여객기 폭파사건과 달리, 피살자가 북한 국적인 데다 말레이시아가 남·북 동시 수교국이란 점에서 한국이 직접 개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 김정은의 개입 정황이 뚜렷한 사건인 만큼 한국이 단순 제3자일 수는 없다. 또 국제테러 사건이므로 문명국이라면 당연히 협력해야 한다. 김정남 신원 확인에 한국이 제공한 지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이처럼 북한 정보가 많은 한국의 공조(共助)가 사건 해결에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직접 관련된 다국적 사건이다. 국제사회가 진실 규명에 적극 협력해 끝까지 추적하고 배후까지 밝혀내야 한다. 그때까지 시신이 북한으로 넘어가게 해서도 안 된다. 독극물 검출을 위한 증거가 소멸할 수 있다. 또 인도적 차원에서 시신은 부인이나 자식에게 우선 인도하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