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憲裁 변론 24일 종결…정치권부터 조용히 기다리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최종 변론을 오는 24일 열기로 함에 따라 안갯속 같았던 정치 일정의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걷혔다. 또 어떤 변수가 생길지 지켜봐야겠지만 이정미 헌재(憲裁) 소장대행이 “국정 공백 상황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두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마냥 1년이고 2년이고 몇 개월 이상 재판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힌 것을 보면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직무정지가 벌써 71일째 계속되는 상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종 변론 이후 전례에 비춰 2주간 평의(評議)와 결정문 작성이 이뤄지면 이 대행의 퇴임(3월 13일) 직전인 3월 9~10일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앞으로 2주일 동안 8인의 헌법재판관이 오직 헌법과 증거에 따라서 최상의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만약 박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60일 이내인 4월 말이나 5월 초에 대통령선거도 치러야 한다. 어느 일방의 불복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부터 국가적 혼란과 갈등을 줄이는 데 정치권이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정치권,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측이 이런 여망에 역행하고 있어 우려된다. 민주당의 경우, 총동원령에 따라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의원들이 촛불 집회에 대거 참여하면서 ‘기각 땐 불복’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당의 친박 인사들도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탄핵 반대’를 대놓고 선동하고 있다. 이번 주말,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이 되는 25일, 그 뒤의 3·1절 등 대규모 시위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집회 양상도 갈수록 과격해지고, 특히 탄핵 선고일이 잡히면 시위 규모가 커지고 더 극렬해질 가능성이 크다.

안보·경제 위기가 중첩되는 가운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엄중한 상황이다. 여야 정당은 공동으로 승복 선언을 하고 시위 자제를 요청하며, 대선 주자들도 그런 움직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 애국 세력이 선명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