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권하는 한국女배우들, 해외선 ‘찬사’·국내선 ‘찬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 67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에 해당하는 은곰상을 받은 배우 김민희가 트로피를 든 채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베를린 은곰賞 김민희 등 3명
3大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국내선 “장사안된다” 이유로
女주연 영화 찾아보기 힘들어

배우 김민희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감독 홍상수)로 19일(현지시간) 폐막한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여배우들은 세계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모조리 석권했다.

하지만 국내 무대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좁다. 해외에서는 ‘찬사’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찬밥’인 셈이다.

김민희에 앞서 1987년과 2007년, 각각 배우 강수연과 전도연이 영화 ‘씨받이’와 ‘밀양’으로 베니스영화제와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이처럼 10년을 주기로 한국 여배우들은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알리며 낭보를 전했다. 3대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한국 남자 배우가 없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 괄목할 만한 성과임을 알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여배우를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티켓파워가 낮아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중에서는 배우 손예진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덕혜옹주’(559만 명) 만이 흥행 톱10에 포함됐다. 김민희가 출연한 영화 ‘아가씨’는 428만 명을 동원해 흥행 순위 15위였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 여배우들이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여배우들을 활용한 영화가 적다는 것은 여배우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에서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방증”이라며 “보다 안정적인 흥행을 위해 티켓파워가 높은 남자 배우들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 쏟아지다 보니 여배우들의 입지가 흔들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민희를 향한 관심은 양 쪽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세계가 인정한 그의 연기력과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이 영화를 연출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로 인해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특히 이 영화가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과 여배우 영희(김민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현실 속 홍 감독과 김민희의 관계를 미화시켰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영화제 기간 중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나누고 김민희가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을 향해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홍 감독의 검은색 양복 재킷을 입고 나오는 등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9일 김민희를 비롯한 수상자들에게 축전을 보내고 외신들이 김민희의 연기력과 홍 감독의 연출력을 칭찬하고 있지만, 정작 두 사람은 귀국일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앞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강수연, 전도연이 귀국과 동시에 공식 기자회견을 가지며 금의환향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