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俗畵 아닌 창작품’… 민화, 편견을 깨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제1회 대한민국 민화아트페어에 출품 예정인 작품들. 엄미금의 ‘여의3’, 남정예의 ‘blue books’, 금광복의 ‘낭만 고양이’, 윤인수의 ‘토끼와 호랑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국민화협회 제공

- 5월 ‘제1회 민화아트페어’

긴 역사에도 미술계 평가 인색
서울 주요 갤러리도 취급 안해

90여명 작가가 1000여점 출품
정당한 대가로 가치 인정 받고
미술평론 대상 되는 첫발 기대

화조도(花鳥圖), 책가도(冊架圖), 세화(歲畵) 등으로 대변되는 민화는 주류 미술계의 소외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을 거듭해 왔다. 특히 최근 4, 5년 전부터 서울 종로구 인사동을 중심으로 ‘민화 배우기 열풍’이 일고 있으며, 수십 년의 화력을 쌓은 전문작가도 많이 배출되고 있다. 관련 단체는 취미로 그리는 아마추어 작가까지 포함하면 민화 인구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미술계의 무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우뚝 선 것이다.

그럼에도 미술계의 민화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조선 후기부터 민간에서 그려져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속화(俗畵)’로 취급되며 한국 미술사 흐름에서 변방에 머물러야 했다.

㈔한국미술협회에 민화인들의 염원이었던 민화분과가 생긴 것도 불과 2년 전이다. 이전에는 민화 작가 대부분이 전통공예분과나 한국화분과에 소속돼 민화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전통그림 ‘민화’가 주류 미술계에 편입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는 ‘시험대’격인 ‘제1회 대한민국 민화아트페어’가 오는 5월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민화협회 주최로 5월 4일부터 3일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는 기존에 한국화랑협회가 주관해온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동시다발적으로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그림을 판매한다. 민화협회에 따르면 90여 명의 작가가 부스별로 10여 점 씩을 출품해 모두 1000여 점의 작품이 행사 기간 동안 선보인다. 현대 민화의 출발점을 만들었다는 민화계의 최대 원로 송규태(83) 화백을 비롯해 창작 민화로 명성을 쌓아 온 금광복, 김효순, 남정예, 엄미금 등 중견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나온다. 10호 안팎의 민화가 많이 출품되며 가격은 70만∼130만 원 선이다.

한국민화협회 송창수 수석 부회장은 “민화 강습 열기로 인해 민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는데도 전시는 인사동에서 가물에 콩 나듯 열려 구입은커녕 민화를 감상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며 “이번 전시는 전승 민화부터 현대 창작 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민화 작품을 보여 드리는 동시에 예술품으로서 민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민화는 인사동의 소규모 화랑에서 이따금 열리던 전시에서 간간이 거래될 뿐 시장은 아예 형성되지 않았었다. 이번에 행사운영위원회가 부스 판매계약을 일반 아트페어처럼 갤러리와 체결하지 않고 작가 개개인과 하는 이유도 오늘날 민화 시장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민화작가를 전속으로 둔 국내 갤러리들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이는 그만큼 민화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왔다는 얘기다. 따라서 민화가 제대로 평가를 받아 주류 미술계에 명실공히 편입되기 위해서도 이번 행사가 민화인들에게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민화 전문지인 ‘월간 민화’의 유정서 편집국장은 “이번 행사는 민화가 창작품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고 거래됨으로써 작품으로서 인정받고 궁극적으로는 미술 평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지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행사 의미를 평가했다. 한편 행사에는 90여 개의 민화 개인전 부스 외에도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 관련 업체 상품 전시, 민화를 그려 보는 체험행사, 민화 한복 패션쇼, 한국민화학회가 주관하는 민화학술세미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