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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현종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0일(月)
親文의 엄살과 경선 흥행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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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얼마 전까지 인터넷에는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세론(大勢論)을 표현한 것인데 최근에는 ‘문(文)을 열고 안(安)으로 들어가자’ ‘밖(박근혜 대통령)에서 문을 열면 안으로 들어간다’라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역전승을 응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기준으로 2월 첫째 주만 해도 10%였던 안 지사의 지지가 3주 만에 22%로 뛰어오르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 미국 대통령 후보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맞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추격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미국 민주당에서도 그랬듯이 샌더스의 인기가 급상승한다고 해도 클린턴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듯이 안 지사에게 문 전 대표의 벽은 너무 높다. 조직과 자금에서 앞선 클린턴이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샌더스를 물리쳤지만 본선(本選)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에게 무릎을 꿇었듯이 경선 승리가 본선 승리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예비선거’가 국내 선거에 본격 도입된 것은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인데, 예상을 깬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당시 룰은 당원 50%와 선거인단으로 모집한 일반 국민 투표 50%를 합산해 선출했는데 일반 국민 3만7500여 명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했다. 지지율이 3∼4%에 불과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광주 경선에서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은 이인제, 한화갑 후보를 제치고 1위를 하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여세를 몰아 당 후보가 됐다. 2012년에는 당시 108만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해 이 중 57%가 투표에 참여했고 문재인 후보가 무난히 선출됐지만 본선에서 낙선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여론조사나 당원 반영이 전혀 없이 ‘완전국민경선제’로 치러진다. 누구라도 모바일·인터넷·전화 등으로 등록만 하면 ARS나 직접 투표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이다. 보수 진영의 후보가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야권 후보 지지자가 70%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면 본선과 마찬가지다. 이번 규칙은 안 지사가 뜨기 전에 확정됐다.

그러나 최근 안 지사의 지지도가 상승하고 접수를 시작한 선거인단 모집에 첫날인 15일에만 30여만 명이 등록하는 등 대박 조짐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만∼250만 명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 지사가 비(非) 민주당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당원이 아닌 유권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이런 경선 룰은 역전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특히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율에 못 미칠 경우, 1위와 2위 후보자가 결선 투표를 하게 되어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의 골수 지지층이 약 20만 명이라고 본다면 선거인단이 100만 명일 때는 상당한 영향력이 있지만 200만 명이 넘어간다면 통제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추미애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자는 ‘박사모’ 일부 지지자의 글을 두고 역(逆)선택 가능성을 들고나오며 형사고소 운운한 것도 불안감의 반영이다. 원래 ‘모바일 투표’는 친노·친문 세력의 비장의 무기다. 손학규, 안철수 등이 이 모바일에 당한 바 있다. 그러나 같은 친노 진영인 안 지사 측은 쉽지만은 않다. 민주당 경선이 대선의 축소판처럼 치러진다면 조직에 맞선 비당원들의 반란이 주목된다.

문 전 대표는 일반 시민이 민주당이 좋아서 경선에 참여한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현직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를 경험하면서 후보에 대한 더 예민하고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세론에 힘입어 선출된 대통령들의 실패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또 벌써 수개월째 계속되는 장외집회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문 전 대표의 공언대로 ‘적폐 대청소를 위한 횃불’을 든다면 우리 사회는 또 한 번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 뻔하다. 안 지사의 대연정론이나 안보관, 역대 정부 계승론이 공감을 받는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결국 키는 첫 번째 경선지인 호남이다. 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 낼지 아니면 대세론을 다시 확인시켜줄지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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