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비리 의혹’ 허남식 前부산시장 피의자 신분 소환

검찰, 뇌물수수 혐의 등 조사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에 연루된 허남식(68) 전 부산시장이 검찰에 소환돼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20일 오전 허 전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일단 귀가조치 한 뒤 조만간 뇌물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엘시티 비리 연루 인사 중 관계(官界) 최고위직인 허 전 시장의 사법처리를 끝으로 수사는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4개월 만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배덕광 국회의원을 구속시킨데 이어 전직 시장에 이르기까지 정관계 비리 고리를 파헤친 것이다.

허 전 시장은 이날 검찰청사에 출두하면서 일체의 질문에 함구한 채 굳은 표정으로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만 하고 서둘러 조사실로 들어갔다. 앞서 허 전 시장은 “부산발전을 위해 엘시티 사업을 추진했을 뿐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고 금품도 받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해 왔다. 검찰은 허 전 시장 재임 시 엘시티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특혜성 인허가나 행정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허 전 시장은 2004∼2014년 3선 부산시장을 지낸 후 현재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장(장관급)을 맡고 있다.

검찰은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67·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제3자 뇌물취득)로 구속한 허 전 시장의 측근 이모(68) 씨에게서 허 전 시장이 엘시티 금품비리와 관련돼 있고, 일부 금품을 간접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허 전 시장이 엘시티 외에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에도 개입한 단서를 포착해 추적 중이다. ‘함바 브로커’ 유상봉(71·수감 중) 씨에게 부산 아파트 함바를 맡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밝히기 위해 최근 부산시 간부 2명과 지역 건설업체 대표들도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