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넘으려다 좌우 협공받는 佛 마크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佛 피용 풍자 시위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민들이 세비 횡령 스캔들에 휘말린 프랑스 야당 공화당의 대선후보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를 풍자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을 의회 보좌관으로 허위 채용하는 형식으로 공금을 횡령한 피용 전 총리를 겨냥해 ‘의회 보좌관, 전 세계 최고의 직업’이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AP 연합뉴스

“알제리 학살 反인도적” 언급에
우파 공화당·국민전선서 공격
올랑드 동성결혼법 비판했다
좌파 사회당“가면 벗겨져” 포화

기성 좌우 정당체제 탈피를 선언하며 유력 프랑스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한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모호한 정체성으로 인해 좌우 진영으로부터 잇단 공격을 받고 있다. 자칫 오락가락 행보에 실망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프랑스 24에 따르면 마크롱 전 장관은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통치를 “반인도주의적 범죄”라고 말했다가 공화당과 국민전선 등 우파의 공격을 받자 진화에 나섰다. 그는 18일 프랑스 남동부 툴롱을 방문한 자리에서 “여러분을 언짢게 하고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툴롱은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알제리를 떠난 프랑스인들이 집단 정착한 곳이다.

마크롱 전 장관은 지난 14~15일 알제리를 방문해 알제리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가 알제리인을 투옥·고문·학살한 사건과 관련해 “정말로 야만적이었으며 사죄해야 하는 과거의 일부”라면서 “반인도주의적 범죄”라고 말한 바 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반인도주의적 범죄는 홀로코스트와 인종청소, 노예제”라며 “이런 끔찍한 범죄에 비유하는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비판했다. 극우당인 국민전선 지지자들은 “마크롱은 반역자”라고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마크롱 전 장관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통과시킨 동성결혼법을 비판했다가 사회당 등 좌파 진영의 공격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정권의 근본적 실수 중 하나는 (동성결혼에 대해) 유감을 가진 상당수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라며 “동성결혼 허용이 이들에게 모욕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에 집권 사회당 대선캠프 책임자 마티유 아노탱은 “마크롱의 가면이 벗겨졌다. 그에게 혹했던 좌파 지지자들은 그가 우파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