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일자리’ 강조 안철수(오른쪽) 전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같은 당의 조배숙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6大 키워드’로 본 安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의사, 안랩 설립자, 서울대 교수 등 자신을 수식해온 직업을 벗어나 정치권에 발을 디딘 지 5년이 지났다. 책 ‘안철수의 생각’을 엮은 제정임 세명대 교수는 안 전 대표가 단거리경주에선 이긴 적이 없지만 장거리 경주에서는 곧잘 1등을 했던 근성과 맷집을 들어 “타고난 천재가 아닌 대기만성형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만큼 단박에 거물 정치인이 되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 짧은 시간에 부침을 거듭하는 것도 흔하지는 않다. 오랫동안 정보기술(IT) 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은 그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치 리더라는 이미지를 선사했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CEO 출신의 독특한 고집스러움이나 정치적 훈련 부족을 지적받는다. 지난해 4월 20% 지지율로 대선 잠룡들 가운데 1위를 달렸던 안 전 대표는 지금 그 절반도 안 되는 지지율을 안고 힘든 대권 여정(旅程)을 걷는 중이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그의 권력의지를 의심하는 이도 적지 않지만 최근 ‘독철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는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직업 선택의 기준은 “‘전망’이나 ‘안정’이 아니라 과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또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일인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가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시작한 건 잘한 선택일까. 대권 도전은 그에게 재미와 의미를 선사할 것인가.
1. CEO 출신의 고집
안 전 대표는 과거 다른 기업 오너나 CEO 출신 정치인들처럼 고집스럽고 명령형 스타일에 젖어 있다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 1995년 안철수연구소(안랩) 설립 이후 기업을 경영하면서 형성된 성격이 정치인으로 전향해서도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2012년 대선 캠프 때 안 전 대표를 도왔던 한 인사는 “안 전 대표는 굉장히 예의 바른 사람이지만 정작 결정의 순간에는 매우 독선적인 면이 있다”면서 “전형적인 CEO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이렇게 반박한다. “CEO 출신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건설업이나 제조업 출신은 자기가 결정하고 명령을 내리며 밑에서 토를 달지 못하게 하지만 IT나 소프트웨어 기업 출신은 다르다. 의사결정은 수평적으로 하고 결단을 내릴 때는 돌파해서 밀어붙인다. 그게 21세기형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그는 창업주나 경영자는 우유부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지금의 더불어민주당) ‘공동창업주’ 자리를 내던지고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 ‘야권분열’이나 ‘CEO 출신의 고집스러움’이란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결국 총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양당체제를 깨고 다당제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11월 “공동체의 상생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며 보유 중이던 안랩 주식 절반을 기부해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약 15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했다.
2. 정치 초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해군 군의관 복무 당시 구두를 닦는 모습.
3. ‘또 철수’와 ‘독철수’
‘또 철수’ 논란은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진출한 이후 몇 차례의 중요한 정치적 ‘양보’를 한 것에서 시작됐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일,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선거 경선 국면에서 문재인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이 대표적인 ‘철수’ 사례다. 서울시장 보선 때는 50%의 지지가 나오는 상황에서 5% 지지의 박원순과 20여 분 대화한 뒤 양보를 결정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지만 이후엔 권력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경험 속에서 안 전 대표가 이번 대선에서는 완주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8일 시내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대선에서 완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럼요. 나라 살리려면 끝까지 갑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페이스북에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겠느냐. 셀 수 없이 넘어지는 게 우리의 삶”이라며 역경을 이겨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번에 끝까지 가지 않으면 더 이상 정치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서라도 끝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가 ‘또 철수’ 대신 최근 얻은 별명은 ‘강철수’ 혹은 ‘독철수’이다.
4. 문재인과의 대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단국대 의대 교수 시절 전기생리학을 강의하는 안철수.
안 전 대표가 최근 문 전 대표의 대선 프레임인 ‘정권교체’에 맞서 집중 부각시키고 있는 ‘안철수 문재인 대결’은 한국 정치의 혁신에 대한 이념적·철학적 차이에서 비롯됐다. 안 전 대표가 18일 기자와 만나 “이번 대선에서 무조건 정권교체가 된다고 하면 국민은 누가 되는 게 더 좋은 정권교체인지, 누가 4차 산업시대를 이끌 것인지, 결국은 사람을 보고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정권교체’란 프레임이 양당의 대결구도를 주축으로 하는 기존의 정치적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친문(친문재인) 패권이 민주당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문 전 대표를 꺾고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결국 이번 대선은 문재인의 구정치와 안철수의 신정치가 대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안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이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의 각종 지표는 안 전 대표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0%대 안팎이지만 안 전 대표는 10%에 못 미친다.
5. ‘자강론’
안 전 대표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또 다른 대선 프레임은 ‘자강론’이다. 연대를 구걸한 정당이 승리한 역사는 없다고 그는 역설한다. 하지만 자강론은 당 내부에서부터 반발에 부닥쳤다. 선거가 기본적으로 세력 싸움인 만큼 이제는 연대를 말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입당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같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공유할 수 있는 정당과의 연대는 꼭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의 ‘복심’으로 보좌하다 지금은 소원해진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자강론은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급해져서 꺼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기자에게 “대선 전 연대는 없다. 자강론으로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가 연대론 대신 내놓은 해법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이다. 그는 “결선투표제는 정당들이 자기 정책을 설명하고 끝까지 완주해 집권 후 협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6. 보수와 진보 사이
안 전 대표는 지난해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당의 정체성에 대해 “따뜻한 보수의 친구이자 합리적 진보의 든든한 동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찌감치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걸었고, 최근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관련한 정부 간 협의를 존중한다”, “정은아 핵 버려라” 등 발언으로 안보 우클릭 행보를 했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가 보수 구애에 나섰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합리적 보수로 평가되는 범여권과의 연대 거부, 재벌 시스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등으로 인해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흡인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도 적지 있다. 경제적 진보 천명이 호남과 진보층을, 안보 우클릭이 영남과 보수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각각의 의제는 다른 쪽 지지 철회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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