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경찰, ‘르펜 횡령 의혹’ 당사 압수수색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레바논을 방문 중인 프랑스 국민전선 마린 르펜(오른쪽) 대표가 20일 베이루트 대통령궁에서 같은 당 소속 길버트 콜라드 의원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읽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짜뉴스 유포 의혹도 수사… 대선판도 변화 있을지 주목

대통령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프랑스 경찰이 유럽의회 세비 횡령 의혹과 관련해 극우정당인 국민전선 당사를 압수 수색했다. 이번 수사의 칼날은 현재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를 겨냥한 것이어서 향후 대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0일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국민전선 당사에 대해 압수 수색을 벌였다. 이날 압수 수색은 국민전선이 당직자 20명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거짓 등록시키고 세비를 전용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이다. 국민전선은 당직자들을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등록시켜 월급을 받도록 한 뒤 실제 업무는 유럽의회가 아닌 당에서 하도록 한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르펜 대표 자신도 친구인 카트린 그리제와 경호원인 티에리 르지에를 유럽의회 보좌관으로 등록시켜 34만 유로(약 4억1400만 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17일 유럽연합(EU) 부패방지청(OLAF)은 르펜 대표가 유럽의회에 거짓 고용 계약서를 제출해 세비를 횡령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는 르펜 대표에게 세비 반납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국민전선은 르펜 대표의 대선 행보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전선 측은 “1년 사이에 당사를 같은 혐의로 두 번이나 압수수색했다”며 “이는 첫 번째 압수수색에서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국민전선이 유럽의회 세비를 횡령한 혐의와 함께 르펜 대표 당선을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유럽의회의 비판과 경찰의 압수수색에도 르펜 대표는 레바논을 방문해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는 등 자신을 국제적 지도자로 각인시키기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미셸 아운 대통령, 사드 하리리 총리와 잇따라 면담하고 난민 문제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특히 시리아 난민 문제와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해결을 위한 유일한 해법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유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르펜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프랑스 국채 이자율이 상승(국채 가격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국채 10년물 이자율과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독일 국채 10년물 이자율 차이가 81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져 2012년 8월 이후 가장 큰 격차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