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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2일(水)
金 명예교수는… “제3자 눈으로 日 보고싶어 美 유학했는데…”
“서울대 돌아왔더니 CIA첩자로 의심받기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을 공부하는 학생들 대다수가 일본으로 갈 때, 제3자의 시각에서 동아시아와 일본을 배우고 싶어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김용덕 서울대 동양사학과 명예교수 겸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석좌교수는 당시 일본을 알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던 상황을 회상했다.

“동양사 중에서 깊이 탐구할 분야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미국 하버드대가 서울대에 일본사 교수 양성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동양사는 곧 중국의 역사를 의미했기 때문에 일본을 공부한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일본은 동아시아 안에서 세계와 한국을 매개하고 있는 나라였고, 이왕 공부한다면 일본이라는 나라를 제3자의 눈으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김 명예교수의 미국행 결정에는 소신도 한몫했다. “먼저 일본 유학길에 올랐던 학자들로부터 일본 대학은 당시만 해도 도제식 교육 형태여서 지도교수를 평생 스승으로 존경하고 이론을 계승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으로서 평생 일본인 스승을 모시고 공부하며 살 순 없지’라는 오기도 생겼죠. 다행히 미국에서는 지도교수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론적으로 설명만 된다면 새로운 견해도 ‘오케이’였습니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김 명예교수가 모교로 돌아온 건 1980년, 서울의 봄. 그는 전공자로서는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일본사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학생들은 일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일본이 한국을 식민화했고 전두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나라라는 생각 때문에 일본에 대한 비판의식을 잔뜩 안고 제 수업을 찾아왔습니다. 심지어 제가 미국에서 유학하고 일본사를 전공했다고 하니 ‘미국 중앙정보국(CIA) 첩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는 학생도 있었죠(웃음).”

물론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의심도 점차 풀렸다. “제 지도교수인 에드윈 라이샤워(Edwin Reischauer)는 일본의 근대화를 ‘산업화’ ‘서양화’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군국주의나 나치즘도 근대화의 한 면임을 잊지 말고 역사의 한 프로세스 안에서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죠. 저 역시 수업에서 일본의 근대화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명예교수는 서울대 초대 국제대학원장과 일본연구소장을 지내며 일본 연구에 힘써 왔다. 하지만 그런 그가 오히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소홀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서울대 일어일문학과 개설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료들이 절 찾아와 ‘일본 정부가 제공하는 연구 자금을 끌어와 서울대에 일본연구소를 만들고, 일문과도 생긴다면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었죠. 이에 제가 당시 서울대 총장에게 ‘서울대에 일문과를 만들면 이미 개설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문과에 피해를 줄 것이고, 서울대 학생 대부분이 일본어 서적을 가지고 다니며 읽을 정도이니 굳이 일문과가 필요하지 않다’고 반대했죠.”

며칠 뒤 김 명예교수는 한 일본 언론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서울대의 한 일본 전공 교수가 ‘일본어는 서울대에 필요 없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대부분 일본어를 읽을 줄 안다는 내용은 빠져 있었죠. 본의 아니게 국제적 비판을 받는 일본 전공자가 된 적이 있습니다(웃음).”

서울대 일본 연구의 기틀을 잡은 김 명예교수는 현재 광주과학기술원에서 동아시아사와 한국사를 가르치며 기초교양 과목 강의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관계가 좋을 때도 항상 역사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인데, 국가 간 관계가 불안정할 때 역사 주권을 공고히 하고 신중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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