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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2일(水)
집짓는 예능, 누구를 위한 善意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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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내 집’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기준으로 2030세대가 버는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 평균 수준의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는 데 12년이 걸린다고 하죠. 사실상 한 푼도 쓰지 않는건 불가능하니 절반을 저축한다고 가정하더라도 24년은 족히 걸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능 제작진이 ‘육방’(육아방송), ‘먹방’(먹는 방송)에 이어 집을 지어주거나 인테리어를 바꿔주는 ‘집방’을 새로운 화두로 잡은 것은 꽤 영리한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방송을 시작한 종편채널 JTBC ‘내 집이 나타났다’를 보고 있노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데요. 단순한 부러움이나 질투는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이 MBC ‘일밤-러브하우스’와 포맷과 일부 출연진까지 같아 진부해서도 아니죠. 그보다는 현실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문입니다.

8부작으로 사전 제작된 ‘내 집이 나타났다’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시청자 사연, 관공서 등의 추천을 받아 1500가구 중 6가구를 선정했습니다. 시청자들이 TV를 통해 접한 집들은 대부분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가 힘든 수준이었죠. 스태프 700여 명을 비롯해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8개월에 걸쳐 만든 집은 대단했습니다.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집이 탄생했죠. 하지만 집을 수리하기 힘들 정도로 살던 가족들의 생활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버거운 집’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습니다. 1회에 등장한 가정의 가장은 일용직 근로자였고, 3회에 등장한 가정은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이라 생계가 어려웠죠.

물론 그들에게 좋은 주거 환경과 희망을 안긴다는 측면에서 ‘내 집이 나타났다’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회당 제작비 5억 원이 투입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들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집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는 날 선 비판도 있죠. 이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사에 “저 비용이면 수십 채의 집들을 살기 좋은 환경으로 리모델링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msjh****), “감동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이 방송은 사연 신청자들이 주가 되지 않고 집이 주가 되었다”(idmm****)와 같은 댓글이 달리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포털사이트에서 ‘내 집이 나타났다’를 검색하면 “○○미아, 가구·소품 후원” “○○ L&C, ‘내 집이 나타났다’ 지원하며 소비자 접점 늘려” 등의 기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예능을 제작하며 PPL(제품간접광고)을 받는 것은 당연한 상업논리라지만, 주거 환경이 나빠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사연 신청자들을 위한 ‘맞춤형 리모델링’이었다면 보다 진정성 있게 다가왔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realyong@
e-mail 안진용 기자 / 문화부  안진용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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