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반대도 ‘따로’…‘손발 안맞는’ 경제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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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은 기업활동 저해”
한뜻이지만 ‘단일행동’ 못해

상장사協·중견기업聯 등 성명
‘적극 반대’ 해오던 商議 불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공동전선을 펴던 경제단체들이 예전과 달리 ‘각자도생’에 매몰돼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이를 반대하는 경제단체들은 정작 서로 손발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전경련이 와해 위기로 치달으면서 생긴 현상이다.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기업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해야 할 ‘창구’를 재구성해야 할 숙제를 던지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중견기업연합회는 상법개정안에 반대하는 경제단체 공동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최근 상법개정안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대한상의는 함께 하지 않았다. 대한상의는 “지난 8일과 9일 별도로 각 정당을 찾아 상법개정안 반대 의견을 전달한 데다, 여건도 확실하지 않아 동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무역협회는 대한상의 측에 공동보조를 취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3년에 19개 경제단체가 모여 당시 상법개정안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당시 정부도 대선 공약이었던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려 했으나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경제단체들은 지난해 9월에도 대기업 총수들의 잦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지양해 달라며 한목소리를 낸 바 있다.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이 기업활동을 저해할 것이란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행동은 제각각이다. 지난 9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대선 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만나 상법 개정안 반대 뜻을 밝혔고,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국회 정당들을 돌며 상법개정안 통과가 부당하다는 점을 담은 ‘상의 리포트’를 전달했다. 경총은 9일과 10일 연찬회를 열고 상법 개정안 반대의 뜻을 밝혔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이 돼서야 ‘상법개정안의 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검토의견’을 발표했다.

지난 1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구속영장 청구 때도 경제단체들은 서로 개별적인 발표만을 했을 뿐 예전처럼 공동의 의견을 전달하진 않았다. 일각에선 전경련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대한상의, 경총 등이 서로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최순실 사건에 연루된 전경련과 거리를 두려는 의도도 읽힌다.

경제단체들은 오는 3월 7일 열리는 경제단체협의회에서 의견 조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경영에 도움이 안 되는 상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통일된 목소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우·유현진·최재규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