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불확실성에 무역성장 ‘뚝’”

- 세계은행 보고서 발표

작년 세계무역 0.8%P 떨어져
2008년 금융위기 후 최저치

“트럼프 기업 국내 복귀 정책
글로벌 생산성 하락시켜”지적

각국 무역협정은 긍정적 효과

세계은행은 21일 “미국과 유럽의 정책 불확실성이 세계 무역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퍼뜨리고 있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무역의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세계은행은 이날 ‘글로벌 무역 감시 : 무역 개발 2016 - 세계 무역을 짓누르는 정책 불확실성’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무역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무역 성장세가 5년 연속 둔화됐으며 특히 2016년 무역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라고 지적했다. 세계 상품·서비스 무역량 성장률은 2015년 2.7%에서 2016년 1.9%로 0.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상품 교역량은 지난해 1%를 간신히 넘어서는 데 그칠 정도로 크게 위축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세계 무역 둔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과 유럽의 정책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무역 성장률이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는데 이 가운데 0.6%포인트는 정책 불확실성이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세계 무역 둔화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더 불확실한 환경에서는 기업들은 투자와 수출 결정을 미루고,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게 된다”며 “무역협정 파기 위협은 정책 불확실성을 높여 무역 성장에 해를 끼친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미셀 루타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계 무역 성장이 계속해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보고서는 각국 무역협정이 세계 무역 성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1995~2014년 20년간 세계 무역은 연간 6.53% 성장했는데, 중국 등 새로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생기지 않았거나 새로운 무역협정이 없었다면 연간 무역성장률은 4.76%에 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글로벌 가치사슬을 와해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자가 10% 늘어나면 생산성이 1.7% 증가한다”면서 “무역 감소는 글로벌 가치사슬 축소,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은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협정 재협상 주장에 경고장을 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