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생기자 회원 가입 줄서… 노인층 반응 뜨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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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첫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결성한 이규백 이사장

“노인에게는 의료비가 가장 큰 부담인데 반응이 너무 좋아 새로운 노인의료복지 모델이 될 것입니다.”

부산 노인들이 전국 최초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결성해 3월 중 한의원을 설립한다. ‘한국건강대학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초대 이사장에 선출된 이규백(79·사진) 씨는 22일 “부산의 대표적 노인 건강 평생 교육기관인 ‘한국건강대학’ 출신 등 570여 명이 최근 십시일반으로 출자금 1억400만 원을 모아 의료생협을 결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 대도시 중 노인 비율이 가장 높고, 쥐꼬리 만한 국민·노령연금이나 자녀들의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어 의료비 걱정이 가장 많다”며 “이번에 십시일반으로 모은 돈으로 의료생협을 통해 병원을 이용하게 되면 건강관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의료생협결성 이후에도 하루에 수십 명씩이 늘어나 현재 1600명에 출자금이 1억3000여만 원까지 증가했다. 이 이사장은 “걱정도 했지만 이토록 반응이 좋을 줄은 몰라 나도 깜짝 놀랐다 ”며 “한 계좌에 5만 원씩의 출자금을 모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2∼3개 계좌를 동시에 넣은 회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회원 수는 3월까지 3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게 달성될 전망이다.

의료생협은 대중교통여건이 가장 좋은 부산 최도심 서면에 한의원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미 의료생협의 설립 취지에 공감한 한 빌딩소유주가 저가임대를 약속했고, 명문 한의대 출신이면서 왕성한 진료활동이 가능한 40대 여성 한의사도 뽑았다. 여의사를 뽑은 것은 회원들의 여성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회원들은 진료비를 대폭 할인받아 20∼30% 이내만 부담하면 된다”며 “한의 진료를 주로 하더라도 회원들의 외상 및 급한 수술 등은 인근 양방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출자금은 이 수술·진료비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자금 적립과 한의원 운영으로 수익금이 발생하면 생활이 어려운 불우이웃들에게 무료 진료도 지원한다. 한의원의 집기 마련과 실내 인테리어도 회원들이 자신들의 비품을 가져와 재활용해 비용을 크게 줄일 계획이다. 의료생협은 한국건강대학 등과 협력해 노인들을 대상을 한 건강 증진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그는 “어차피 의료생협은 배당이 안 되므로 출자금은 한의원 운영 외에 좋은 일을 하는데 쓸 예정”이라며 “의료생협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무원 출신인 이 이사장은 ‘경주 이 씨’ 종친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온종합병원 부설기관으로 출범한 한국건강대학은 졸업생 수가 5000여 명에 달한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