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女軍도 히잡 허용… 개헌국민투표 앞 이슬람주의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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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가 공화국 수립 이후 세속주의 수호자였던 군대에 이슬람 복장인 히잡 착용을 허용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대통령이 오는 4월 16일 대통령중심제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슬람주의자들의 지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아나돌루 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이날 터키 군의 히잡 착용 금지 규정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터키 여군은 앞으로 군모 밑에 히잡을 착용할 수 있다. 다만 군복과 같은 색상에 무늬가 없어야 한다.

터키 정부가 히잡 착용 금지의 마지막 적용 대상이었던 여군의 히잡 착용을 선언하면서 공화정 설립 이후 세속주의의 최후 보루였던 군에까지 종교가 파고들게 됐다. 터키 인구는 99%가 무슬림이지만,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이 1923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수립하면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했다.

하지만 이슬람주의를 내세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로 집권한 뒤 히잡 착용 금지가 억압적인 구시대 유물이라고 주장하며 각종 논란에도 철폐를 추진해왔다. 2010년에 대학 내 히잡 착용이 허용됐고, 2013년에는 군과 경찰, 판검사를 제외한 여성 공직자 히잡 착용이 허용됐다. 또 같은 해 국회 내 히잡 착용이 허용됐으며 2014년에는 중고생, 2016년 8월에는 경찰도 히잡을 쓰는 것이 허용됐다. 터키 정부는 지난 17일에는 과거 왕정시대 유럽과 기독교를 배려해 그리스정교회 공간으로 삼아왔던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 모스크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터키 내 세속주의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슬람주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 4선 연임을 금지한 헌법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해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의원내각제인 터키 권력 구조를 대통령 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에 부친 상태다. 개헌안은 2019년 대선부터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정하고, 1회 중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9년까지 집권이 가능해진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