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兆대로 판 커진 도시바 인수전… SK, 하이닉스때의 3배 배팅 할까

도시바 자금난 예상보다 심각
신설법인 경영권까지 넘기기로

도시바가 아예 낸드 플래시 신설법인의 경영권을 매각하는 쪽으로 ‘판’을 키우기로 하면서, SK그룹의 ‘통 큰 배팅’이 다시 한 번 이뤄질지 국내·외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이 해당 신설법인을 인수하려면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는 하이닉스 인수에 쓴 3조4000억 원의 3배에 이르는 10조 원대의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전망이다.

23일 관련 업체 및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1차 입찰 때만 해도 19.9%의 낸드 플래시 신설법인 지분을 팔아 3조~4조 원의 자금을 유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원자력발전소 사업 실패로 자금난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아예 해당 신설법인의 경영권(지분 50% 이상)까지 넘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오는 24일 관련 매각 공모를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수전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인수 예상가는 10조 원대로 늘고,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속속 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미국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베인 캐피털, 대만 홍하이 등 외에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자 SK하이닉스가 다시 한 번 ‘통 큰 배팅’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경영 전략만 보면 인수 효과는 크다. SK하이닉스가 주력 제품인 D램(세계 2위)과 달리 4위에 머무는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해당 법인을 인수하면 단숨에 1위인 삼성전자(36%·2016년 3분기 매출 점유율)에 맞먹는 30%대의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도시바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기록하는 낸드 플래시를 개발한 원조 기업이다. 하지만 인수 금액이 워낙 크고, 위험도도 그만큼 높아 SK그룹이 과연 어떤 배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업계 전문가는 “예년만 해도 SK그룹의 한해 연간 영업이익은 다 합쳐도 10조 원대를 밑돌았으나 올해에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9조 원 전망)이 워낙 좋아 자금력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성도 높아 불참하거나 재무적 투자가 등과 짝을 이뤄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