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사관을 테러 기지화한 北, 국제사회서 퇴출시켜야

말레이시아 정부는 22일 김정남 독살 사건에 대한 수사 2차 발표를 통해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등을 용의자로 새롭게 지목하고, 지난 19일 1차 발표에서 밝힌 5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 가운데 4명의 송환을 공식 요청했다. 이 중 1명은 현지에서 체포됐으며, 나머지 4명은 평양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면 북한 김정은에 의한 조직적 국가 테러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태도는 예상대로 적반하장이다. 사건 발생 열흘 만인 23일 ‘조선법률가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말레이시아가 한국과 짜고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살자가 김정남이라는 것조차 시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용의자를 대사관에 은닉하는 등 사건의 조직적 은폐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공관을 테러 및 범죄 공작의 기지로 사용하고, 외교면책특권을 보호막으로 활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1983년 아웅산 테러 때도 북한 대사관이 기지 역할을 했고, 북한 외교관이 외교 행낭을 통해 마약·술·위조지폐 등을 운반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제 북한을 국제사회로부터 퇴출시켜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우선 북한의 유엔 회원국 박탈을 국제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시켜야 한다. 전례가 없다고 북한의 유엔 회원 박탈에 회의적일 필요는 없다. 유엔헌장 제2장 제6조에는 ‘이 헌장이 규정한 원칙을 끈질기게 위반하는 유엔 회원국은 총회가 안전보장이사회의 권고에 따라 기구로부터 제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리고 이미 지난해 9월 윤병세 외교장관이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인권침해와 상습적인 안보리 결의 위반이 유엔의 권능을 조롱하고 있다”며 북한의 유엔 회원 박탈을 거론했으며, 지난해 북한의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해 채택된 대북 제재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21호에 ‘안보리로부터 예방조치 또는 강제조치의 대상이 되는 회원국은 총회가 안보리의 권고에 따라 회원국 권리와 특권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대북 경고 문구가 들어가 있다.

현재 미국에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으며,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에서 북한과의 단교 여론이 들끓고 있다. 북한의 이런 행태를 묵인하면 보편적 외교 관행까지 어지럽게 된다. 외교 역량을 총동원,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