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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4일(金)
‘우리 vs 그들’ 넘는 高次道德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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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은 각기 고유한 생태환경에 맞는 도덕을 형성하지만, 부족 간에는 상이한 도덕이 충돌을 빚게 된다. 현대의 민족·종교·문화 간 분규와 보수-진보의 갈등의 뿌리도 이로 설명이 된다. 조슈아 그린은 부족 간의 가치를 아우르는 ‘고차도덕’을 책에서 모색한다. 자료사진

옳고 그름 / 조슈아 그린 지음, 최호영 옮김 / 시공사

‘분열과 갈등의 시대, 왜 다시 도덕인가’라는 부제목이 번역판에 붙어 있다. 책의 원제목은 ‘Moral Tribes’로, 우리말로 ‘도덕적 종족’쯤으로 해석된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간의 특성을 집약한 제목이다. 저자는 하버드대 사회과학부 부교수로, 실험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이며, 철학자이다. ‘도덕’ 또한 진화의 산물로 보는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종횡무진으로 오가며 ‘우리’와 ‘그들’(us vs them)에 따라 다르게 진화한 도덕의 문제, 본능적으로 분열과 갈등의 대상이 되는 ‘them’이라는 다른 커뮤니티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모색한다.

저자는 미국의 생물학자 개릿 하딘이 인용한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념에서 출발한다. 한 부족의 공유 목초지에서 양치기들이 풀의 제한된 양은 생각지 않고 자신의 양떼만 많이 먹이려 든다면 목초지는 황폐해지고 말 것이다. 공통의 상식(commonsense)을 가진 한 부족 내에서는 원칙을 만들어 공유 목초지를 살리며 공생할 수 있는 협력과 조율이 수월하다. 부족 내의 도덕성(상식적 도덕)은 그렇게 형성된다. 하지만 여러 부족의 중간에 있던 숲에 불이 나 새 목초지가 생기면 양상이 달라진다. 풍속과 규칙이 각기 다른 부족들은 목초지를 둘러싸고 갈등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이기적이어서가 아니고, 각 부족은 그들의 일상과 긴밀히 얽혀 있는 서로 다른 ‘상식적 도덕’을 지녔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새 목초지를 둘러싼 갈등을 ‘공유지의 비극’에 견줘 ‘상식적 도덕의 비극’이라고 부른다.

지구에 분자 형태의 생명이 생겨날 때부터 생명체에게 ‘사회적 삶’(협력)은 진화를 이끄는 원리로 작용해 왔다. 개체가 모여 집단이 되면 개체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유전물질을 더 효율적으로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윈이 주장한 것처럼 “도덕성은 이기적인 개체들이 협력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끔 해주는 심리적 적응물”이다. 그런데 우리의 도덕적 뇌는 ‘집단 내’(us)에서만 협력을 위해 진화했지, ‘집단 사이’의 ‘them’과의 보편적 협력을 위해서는 진화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보편적 협력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원리들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진화는 본질적으로 경쟁의 과정이며 협력 자체의 진화를 위해서도 경쟁은 필수적이다. 바로 ‘상식적 도덕의 비극’은 이런 생물학적 연원을 가지며, 민족·종교·문화 간 갈등을 빚는 인류의 ‘현대적 비극’의 특징도 이와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똑같은 도덕적 사고가 한 집단 안에서는 협력의 기초가 되지만, 집단 사이에서는 협력을 방해한다는 게 문제이다. 저자는 서로 다른 도덕적 이상을 가진 집단들 사이의 불화를 해소할 수 있는 도덕체계, 즉 ‘고차도덕’(metamorality)을 모색한다.

저자는 여기서 우리에게 익숙한 실험심리학의 ‘트롤리 딜레마’(trolley problem)를 다소 변형한 ‘육교 딜레마’를 인용한다. 통제 불능의 전차가 다섯 명의 인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당신은 전차와 인부 사이의 중간쯤에서 선로를 가로지르는 육교 위에 있다. 그리고 당신 옆에는 커다란 등짐을 진 인부 한 명이 서 있다. 다섯 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부를 선로로 떠밀어 그의 몸과 등짐으로 전차를 멈추게 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스위치를 올려 분기하는 선로의 다섯 명과 한 명 중 누구를 구할 것인가 라고 묻는 ‘트롤리 딜레마’에서 사람들은 고민 없이 스위치를 올려 다섯 명을 선택하지만, ‘육교 딜레마’에서는 대부분 ‘안 된다’고 답변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도덕적 판단의 이중처리’라는 인간의 특성을 설명한다. 인간의 뇌에서는 “그 사람을 떠밀지 마!”라는 직감적 반응과 “그러나 그러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어!”라는 도덕적 추론이 경합하고 있다. 두 가지는 우리를 지배하는 상이한 도덕적 사고다. 개인적인 관계와 작은 집단 안에서 협력을 가능케 하는 직감적 본능인 전자는 정서적 자동설정을 사용하는 빠른 사고이다. 이는 ‘공유지의 비극’을 피하기에는 충분할지 몰라도 ‘상식적 도덕의 비극’을 다루기에는 역부족이다. 도덕적이거나 실제적인 문제를 푸는 데 사용되는 이성적 추론능력인 후자는 수동모드의 느린 사고이다. 고차도덕의 열쇠는 올바른 종류의 문제에 올바른 종류의 사고를 적용하는 것이다. 즉, ‘나와 우리’의 문제일 때는 빠르게 사고하고, ‘우리 대 그들’의 문제일 때는 느리게 사고하라는 것이다. 우리를 갈라놓은 부족적 감정들을 옆으로 제쳐놓고 무엇이든 전체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낳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처리 이론의 설명에서도 강하게 냄새가 나지만, 저자는 그 ‘최선’을, 현대철학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의를 왜곡한다고 비판받으며 거의 제쳐놓은 ‘공리주의’에서 찾는다. 우리의 직감적 반응들은 일관성 있는 도덕철학을 구축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므로, 정말로 일관성 있는 철학이라면 우리에게 불쾌감을 안길 수밖에 없다며 공리주의를 두 장에 걸쳐 옹호한다. 그는 고차도덕은 경합하는 부족적 가치들 사이에서 ‘균형’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균형을 만들 수 있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공동통화’가 ‘행복을 공평하게 최대화’하는 공리주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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