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눈·얼굴서 현존 최고 독극물 화학무기 VX 검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청은 24일 “VX는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과 2006년 CWC 조항1에 있는 화학무기(밑줄 부분)”라고 언급한 ‘북한 국적인 사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 말레이정부 공식발표

“무색·무취한 신경작용제
김정남 얼굴·눈에서 검출
현존하는 최고 유독 물질”

피살연루 자국인 1명 체포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독살에 신경 작용 ‘급속 살상 작용제’인 VX가 사용됐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VX는 사린보다 독성이 100배나 강해 ‘발명하지 말았어야 했던 화학물질’로 불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이 북한 당국의 소행이라는 증거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친족살해에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물질을 사용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국제적 비난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날 보건부 화학국이 김정남 시신에서 검출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VX로 불리는 신경작용제 ‘N-2-디이소프로필아미노에틸 메틸포스포노티올레트’가 검출됐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화학국은 지난 15일 김정남에 대한 부검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사망자의 눈 점막과 얼굴 부검 샘플에서 VX 성분을 발견했다.

VX는 현재까지 알려진 독가스 가운데 가장 유독한 신경작용제로 수분 만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호흡기, 직접 섭취, 눈, 피부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분석은 말레이시아 화학국에 있는 화학무기센터에서 진행됐다. 칼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VX는 국제협약인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라 화학무기로 분류된 물질”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VX를 화학전에서만 사용되는 가장 강력한 신경제로 분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이 자국 영토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외교관 추방과 국교 단교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이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각국의 거센 비난과 강력한 항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 밤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한 콘도에서 이번 사건과 연계된 30대 말레이시아인 남성을 체포하고 부근의 다른 콘도에서 화학물질과 다수의 장갑·신발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일간지 더스타는 “경찰은 이 남성이 이미 체포된 북한 국적 용의자인 리정철(47)과 연계됐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장은 급하게 비워진 듯 가재도구와 집기들이 흩어져 있었다. 경찰 감식반은 실내에서 지문을 확보하는 한편, 화학물질의 성분을 파악하기 위해 시료를 화학국으로 보냈다.

쿠알라룸푸르=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