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EU’ 발언, 유럽 反EU정당에 역풍

유럽에 단결 효과 일으켜
‘親EU’마크롱·슐츠 약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유럽연합(EU) 발언이 오히려 EU 내 단합 목소리를 자극하면서 반EU를 내세운 극우 정당들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시대 본격화하고 있는 포퓰리즘 바람에 기대려던 유럽 극우 정당들은 예기치 못한 역풍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23일 CNN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반EU 발언이 유럽 정치인들을 단결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역설적으로 파리와 베를린, 브뤼셀 등 EU 주류 정치권에 EU 단합 필요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의 발언으로 인해 올해 선거를 앞둔 유럽 각국에서 친(親)EU와 반트럼프를 내세운 지도자들이 약진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4~5월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가장 비판적인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당 출신 무소속 후보인 마크롱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이 히틀러를 막지 못했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는 등 날을 세워왔다. 프랑스 여론조사 연구소(IFOP) 조사에서 마크롱 전 장관은 1차 투표에서 22.5%의 지지율로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내세운 마린 르펜 국민전선(26.5%)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결선 투표에서는 61.0%의 지지로 대통령직을 거머쥘 것으로 나타났다.

9월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가장 비판적인 마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이끄는 사회민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을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 20일 빌트 암 존탁이 여론조사 기관 엠니드에 의뢰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사민당은 33%의 지지율로 기민-기사당 연합(32%)에 10년 만에 앞섰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