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이다>“까막눈 서러운 것 많았제라… 글 눈 뜨니 신나는 일 천지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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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학교 ‘푸른…’ 졸업한 71세 정화봉 할머니

“글도 못 읽고 셈도 못 하니께 서러운 것이 많았제라.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TV 자막도 술술 읽고 신나는 일 천지여라.”

정화봉(71·사진) 할머니는 24일 초등학교 학력인정 문해교육기관 푸른어머니학교를 졸업하는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할머니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6회 문해교육 초등·중학과정 학력인정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 자격으로 ‘행복’이라는 자작시도 낭송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정 할머니와 같이 뒤늦게 문해교육을 이수한 만학도 733명이 졸업장을 받았다.

‘공부 못 배워 왔다고 구박했다/ 계산할 줄 모르니까 돈 떼어먹은 사람 취급을 했다/ 너무 서러웠다/ 지금은 내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한이 없다.’

시는 짧았지만 구절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정 할머니의 경험과 한(恨),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만류로 학교 입학을 포기했던 정 할머니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지냈지만 푸른어머니학교에서 공부한 끝에 어엿한 문해자가 됐다. 그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 이유에 대해 “몸이 약하고 학교가 멀어 부모님이 건강상의 이유로 배움을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정 할머니는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결혼 후 남편과 시댁 식구들로부터 괄시를 받는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정 할머니는 “시어머니로부터 생활비를 받아 썼는데 계산이 맞지 않으면 도둑 취급을 당했다”며 “가뜩이나 서러운데 남편까지 누명 쓴 나를 외면해 응어리가 쌓였다”고 털어놨다. 역경 속에서도 가족을 돌보는 것을 낙으로 살던 정 할머니는 자녀들의 권유로 2014년 푸른어머니학교 입학을 결정했다.

정 할머니는 “농사를 하다가 다친 어깨를 치료하기 위해 서울 아들의 집에 머물다가 아들과 며느리의 권유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뒤늦게 시작한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푸른어머니학교에서 정 할머니를 지도했던 안형남 교사는 “누구보다 일찍 학교에 와서 교과서를 읽고, 일기 쓰기 과제도 거의 매일 빼놓지 않고 해오는 성실한 학생이었다”고 평가했다. 정 할머니는 앞으로 중·고등학교 과정도 배울 계획이다. 정 할머니는 “건강이 따라주는 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