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 “아르바이트 안하고 노래만… 이게 직업이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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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역적’ OST 참여… K팝스타 출신

“감성적인 가사 비결은 망상
어릴 때 책 참 많이 읽었는데
가사 쓰는데 많은 도움 받아”

“이제 아르바이트하며 노래 부르지 않아도 돼요.”

지난해 SBS ‘K팝스타 시즌5’ 준우승을 차지한 가수 안예은(사진)은 요즘 행복하다. 좋아하는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 원하는 일도 생업이 되면 고통스럽다 했던가. 적어도 지금의 안예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홍대에서 노래 부를 때는 아르바이트 시간에 쫓겨 공연을 포기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노래만 불러도 돼요. ‘아 이게 직업이구나’라는 현실감이 들죠. 일을 하다 보면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텐데, 아직 저는 그렇지 않아요. 제 앨범의 음원이 자정에 공개됐는데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자정을 맞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안예은은 중학교 시절 자우림, 러브홀릭, 체리필터 등 걸출한 여성 보컬을 보유한 밴드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안예은의 음악은 동경의 대상들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동양적인 감성과 비유적인 가사, 독특한 기교를 가진 창법 등이 어우러져 ‘안예은표 음악’이 탄생됐다. 그래서일까. 그의 노래 ‘봄이 온다면’은 도입부와 간주에 태평소 연주가 더해져 MBC 사극 ‘역적’의 메인 테마곡으로 쓰이고 있다.

“‘역적’을 연출하는 김진만 감독님이 직접 연락을 주셨어요. 드라마나 영화 OST에 참여하는 것이 제 숙원 과제 중 하나였기 때문에 뛸 듯이 기뻤죠. ‘역적’을 꼭 챙겨보는데, 제 노래가 깔릴 때마다 기분이 묘해요. 향후 두 곡 정도 더 OST로 쓰일 것 같아요. 지금은 저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가 있다는 평을 많이 듣는데, 기회가 된다면 보다 다양한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1집 정규앨범 ‘안예은’에 담긴 9곡을 모두 자작곡으로 채운 안예은. 국악적 색채가 강한 ‘달그림자’ ‘전해오는 이야기’ ‘홍연’ 등은 도무지 신인의 작품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홍연’의 가사는 또 어떤가. ‘세상에 처음 날 때/ 인연인 사람들은/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온다 했죠/ 당신이 어디 있든/ 내가 찾을 수 있게/ 손과 손에 붉은 실이/ 이어진 채 왔다 했죠’라는 가사가 폐부를 찌른다. 26세 안예은의 이런 감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원래 망상을 많이 해요.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거죠. 비결은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 책은 참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공부하기 싫으면 책이라도 읽으라’고 하셨거든요. 3개의 큰 책장을 꽉 채울 정도로 책이 많았어요. 철학책도 많이 봤고요. 아무 생각 없이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사서 여러 번 반복해 읽기도 했어요. 100%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반복해 읽을수록 저만의 해설이 늘어났어요. 그런 게 가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안예은의 음악을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정의할 수 없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답하는 안예은.

상반기 중 싱글 2∼3곡을 더 내며 팬들과 소통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그는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 빠르지는 않아도 바르게 걸어가려 한다.

“안예은스러운 음악도 언젠가는 ‘매번 똑같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생길 거예요. 콘셉트의 고갈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적으로 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