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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7일(月)
정호승 12번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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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피는데.’ 한국 문단의 대표적 서정시인 정호승(67)의 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 시작 부분이다. 이를 부분적으로 바꾼 가사에 가수 안치환이 작곡해 부른 동명의 가요를 담은 그의 제2집 앨범이 1994년에 나온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찾아 듣는 사람이 많다.

노래로 만들어진 정호승의 시는 60여 편에 이른다. 안치환은 김현성 작곡의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를 비롯해 ‘고래를 위하여’ ‘꽃 지는 저녁’ ‘내가 사랑하는 사람’ ‘북한강에서’ ‘풍경 달다’ 등 정호승 시를 가사로 삼은 곡만 담은 앨범 ‘정호승을 노래하다’를 2008년에 내놓기도 했다. 이지상이 곡을 붙여 양희은을 비롯한 여러 가수가 부른 ‘수선화에게’는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고 한다. 또 고(故) 김광석이 부른 백창우 작곡의 ‘부치지 않은 편지’도 있다.

1973년 등단해 1979년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를 내놓은 이래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해온 ‘국민시인’ 정호승이 4년 만에 신작 시집을 최근 펴냈다. ‘새벽 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여행’ 등에 이은 12번째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이다. 그는 “삶의 화두 중 하나가 ‘희망’일 것이다. 희망 없는 희망이 아니라 희망이 있는 희망은 무엇인가, 절망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함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통스러운 질문을 끊임없이 해봤다”고 한다. 그중에 시 ‘폐지(廢紙)’는 ‘어느 산 밑/ 허물어진 폐지 더미에 비 내린다/ 폐지에 적힌 수많은 글씨들/ 폭우에 젖어 사라진다/ 그러나 오직 단 하나/ 사랑이라는 글씨만은 모두/ 비에 젖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가 전문(全文)이다. ‘꾸덕꾸덕 말라가는 청춘을 견디기 힘들지라도/ 오직 너만은 굽실굽실 비굴의 자세를 지니지 않기를/ 무엇보다도 별을 바라보면서/ 비굴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기를’ 하고 읊은 ‘굴비에게’ 등 수록된 시 110편이 삶과 계절의 추위를 녹여 따뜻하고 포근하게 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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