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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논설주간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7일(月)
솔로몬 재판과 ‘마지막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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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논설주간

나라 전체가 ‘치킨 게임’을 벌이는 듯하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까지 가세해 마주 달리는 탄핵 찬반 열차를 멈춰 세우기보다 가속하도록 부추긴다. 거리의 함성이 법의 지배를 위협한다. 경제·안보 난제가 겹겹이 쌓이는데 국가 리더십은 붕괴 상태다. 오늘의 자유와 번영을 일군 주역들은 ‘헬조선’ 주범으로 매도되고, 민주화 30주년임에도 민주주의는 질적 성숙은커녕 뒷걸음질 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여기까지인가.

이런 상황에서 심판의 날이 2주일 앞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결말이 아니라 대선과 겹치면서 더 큰 혼란의 시작이 될 것이다. 촛불 세력은 단두대를 세워놓고 ‘탄핵 기각 땐 혁명’, 태극기 세력은 의병·열사를 거론하며 ‘정권 찬탈 땐 내전’을 외친다. 탄핵 찬반이 정치적·이념적 대결로 증폭되고, 이젠 세대의 골까지 깊어졌다. 해방 뒤 좌우 대립은 분단과 전쟁을 낳았고, 동서 지역감정은 반세기를 지나서야 겨우 완화 단계에 진입했는데, 새로운 분열의 씨가 뿌려지는 불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3권분립이 위기에 처했다. 지금까지 ‘헌법 위에 떼법’이라고 하면 집단이기주의를 지칭했다. 이젠 막무가내 정치권이 헌법 위에 있다. 입법부 근간인 정당들은 대놓고 사법부와 행정부를 겁박한다. 헌재의 심판을 입맛대로 강요하고, 대법원장 책무인 헌법재판관 지명에도 시비를 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손발을 묶고 직함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윽박지른다. 국적 불명의 욕설까지 해대니 안보의 최종 책임자임에도 방탄차를 못 타고, 신속한 이동을 위한 교통 협조도 못 받는다. 그렇다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다. 입법·사법·행정부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상호 존중·견제해야 민주주의가 작동되는데, 잘못된 선례들이 만들어지면서 급속히 헝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국민이 선거 사상 최다인 1577만여 표를 몰아줬음에도 헤게모니를 상실한 데 대해 누구 탓도 해선 안 된다. 다급하니 태극기 시위에 기대는 듯한데, 정도(正道)가 아니고 대세를 뒤집기도 어렵다. 혹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온전한 대통령으로 돌아갈 수 없다. 정작 진짜 희망은 ‘본인’에게 있다. 대한민국과 결혼했고, 국민이 가족이라는 애국심과 ‘선한 의지’는 진심이기 때문이다.

솔로몬 왕은 이미 3000년 전에 진짜와 가짜를 간파하는 지혜를 보여주었다. 한 아이를 놓고 다투는 두 여인을 향해 아이를 반씩 나눠 주겠다고 했을 때, 양보한 쪽이 진짜 어머니였다. 억울하더라도 나보다 우리, 그리고 당(黨), 그것보다 국가를 앞세우는 것이 진짜 애국이다. 이것이 박 대통령의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다. 3월 13일 직전에 ‘조건 없는 퇴진’을 함으로써, 솔로몬 재판의 ‘진짜 어머니’가 돼야 한다. 당분간 가짜 어머니라는 손가락질을 받을지 모르지만 진심은 곧 통할 것이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연인으로 사법처리를 받겠다고 밝히면서 참모들에 대한 선처를 당부해야 한다. 수사상 예우나 사면 문제는 물론 검찰이 구속 수사를 할지, DJ 비자금 사건처럼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룰지, 헌재가 탄핵소추를 각하할지, 심판을 강행할지 고려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사즉생(死卽生)이다.

야권은 뭘 해도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내전을 막았다고 안도하며 연민(sympathy)을 보낼 것이다. 정치·이념·세대 대결은 완화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대세력의 폄훼가 거칠어질수록 포퓰리즘과 선동에 기댄 가짜 애국과 대비될 것이다.

부수적 효과로는, 탄핵 찬반 때문에 갈라진 두 보수정당을 재결합시킬 동력도 된다. 보수주의는 공동체와 역사, 진보주의는 개인과 자연권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보수정당은 본질적으로 국민 정당이며, 통합 지향적이다. 200년 전통의 영국 보수당, 150년 된 미국 공화당이 수많은 위기에도 쪼개지지 않은 배경이다. 진보 성향 정당 지지 80%, 보수 성향 정당 지지 20%는 결코 바람직한 정치 지형이 아니다. 진보가 잘한 결과가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은 “나를 딛고 통합하라”고 호소해야 한다.

밤이 깊으면 새벽이 가깝다. 현 상황이 분노의 난장판과 국가의 실패로 귀결될지, 내전을 막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명예혁명으로 이어질지 곧 판가름난다. 대통령의 출구 전략과 정치권의 애국 역량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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