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대법관, 후임 없이 퇴임… 大法도 ‘인사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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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절차 상당기간 길어질 듯

이상훈(61·사법연수원 10기·사진)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27일 퇴임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여파로 이 대법관의 후임 임명 절차가 사실상 보류돼 당분간 대법관 공석 사태가 이어지는 게 불가피해졌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법관은 법원 내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박시환·김지형·김영란·이홍훈·전수안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보수 성향이 강해진 대법원에서 이인복 전 대법관과 함께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내왔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그는 2012년 4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간부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 시 “정부 정책 등에 비판 의사를 표시하며 개선을 요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또 2015년 1월 내란음모·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9년의 원심을 확정할 당시 내란 선동 유죄 판결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보이는 3억 원 외에 나머지 액수까지 모두 유죄로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정반대일 경우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법정 진술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광주제일고를 나온 이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1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육군 법무관을 마치고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인천지법원장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차장을 맡는 등 재판 업무와 사법행정의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