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본부’ 전북시대 열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혁신도시 신청사 이전을 마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직원들이 27일 오전 첫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전주 신청사서 오늘 첫 업무
나머지 100여명은 내달부터
지역주민들 환영행사 잇따라

前이사장 구속·직원 줄퇴사 등
내부 분위기는 우려 속‘어수선’

국민 노후자금 545조 원의 운영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새 둥지를 틀고 첫 업무를 시작했다. 27일 오전 8시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기지로 180번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신청사 앞.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출근하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활기찼다.

청사로 가는 길목 곳곳에는 ‘기금운용본부 전주시대 개막’ 플래카드가 걸려 지역사회의 환영 분위기를 대변했다. 아직 짐을 풀지 못한 트럭들도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주식·채권 투자팀 등 80여 명의 핵심부서만 주말에 먼저 옮겨왔기 때문. 리스크관리센터, 대체투자실, 운용전략실 등 나머지 부서들은 순차적으로 이전을 마친 후 오는 3월 2일 본격 업무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준수 기금운용본부 이주지원팀장은 “5t 트럭 55대 분량의 이삿짐 중 절반을 풀었다”며 “전체 313명의 직원 중 60%인 200여 명가량이 오늘 신청사로 출근했다”고 말했다. 채권·주식 투자팀 직원들은 아침 정상거래 전에 다시 한 번 ‘거래 이상무’를 확인하고 9시부터 업무에 들어갔다. 기금운용 전산 장비는 2015년 국민연금공단 본부 이전과 함께 ICT센터로 이전, 2년 가까이 운영해 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직원들의 첫 출근을 지역 주민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 송하진 전북 도지사 등 전북 도청 간부들은 지난 25일 이삿짐 트럭이 처음 도착하던 날 신청사 현장을 찾아 환영행사를 벌였다. 주변 식당가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식당 주인은 “300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고 증권·채권 투자 전문가들도 몰려 매출이 늘지 않겠냐”고 반색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 내부 공기는 착 가라앉은 상태다. 문형표 전 이사장의 구속과 특검 수사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유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데다, 지방 근무를 기피한 일부 직원의 퇴직도 한 요인이다. 한 직원은 “매년 10여 명이던 퇴사 직원수가 지난해 3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지방 이전의 여파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 전문가 그룹과 기금운용본부 간 소통이 막힐 경우 연금의 투자운용 수익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날 아침 신청사 로비에서 만난 모 증권사 직원은 “민간 증권사나 채권 투자 회사들의 전주 왕래도 많아지겠지만 본격적인 사무실 개소나 이전 문제는 당분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 = 글·사진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