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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8일(火)
초록 콩나물 냉채, ‘아삭’ 콩나물과 ‘쫄깃’ 문어… 입안에 퍼지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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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 콩나물(가운데)의 푸른 빛이 봄을 재촉하고 있다. 사각거리는 콩나물에 어우러지는 문어, 소라, 우둔살, 오징어, 새우, 표고버섯(맨 위부터 시계 방향) 등의 쫄깃한 식감이 잃었던 입맛을 살아나게 한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얼마 전 길을 지나다 한 음식점 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고 한자로 써 붙여 놓은 문구를 보고는 가슴이 설?다. 진짜 봄이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문구 그대로 이번 봄에는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모두에게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그렇기도 했다.

겨울의 끝, 봄의 시작인 2월 말에는 모두가 분주하다. 학생들은 새 학기를 준비하고, 직장인들은 일 년의 계획을 세우고, 나를 비롯한 셰프들은 봄 신메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어떤 식재료로 봄을 표현하고, 맛을 전할까?’ 봄 메뉴를 구상하다가 예전에 식재료 목록에 기록해 놓은 ‘초록 콩나물’을 떠올리게 되었다. 봄나물 외에 조금 더 색다르게 봄을 표현하는 식재료로, 초록 콩나물이 만물이 생동하는 봄과 잘 맞아떨어질 것 같았다. 콩나물이야 일반적으로 매우 흔한 재료지만, 초록 콩나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생소할 것 같다. 일반 콩나물과는 달리 ‘초록 콩나물’은 머리와 줄기가 초록과 연둣빛을 띠며, 기존 콩나물보다 크기가 작은 것이 특징이다.

생각해보니 콩나물은 특히 나에게는 참 친근한 식재료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시루에 쥐눈이콩을 넣어 방 한쪽에 두고, 매일 물을 주면서 콩나물을 키우셨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콩나물을 눈으로 보면서 어린 나이에도 참 신기해했었다.

어릴 적 다른 친구보다 키가 약간 작았던 나는 ‘콩나물을 많이 먹으면 키가 큰다’는 소리에 한 젓가락이라도 콩나물을 더 많이 먹으려 애썼던 기억도 떠오른다.

어머니가 콩나물을 키우실 때는 항상 검은색 천으로 시루의 윗부분을 덮어 햇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 보통의 콩나물을 키우는 방법인데, 이렇게 하면 콩나물이 더 빨리 자라고, 콩나물 대가 굵으면서도 데친 후 식감도 부드럽다. 상품성은 일반 콩나물이 초록 콩나물보다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콩나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검은색 천으로 덮지 않고, 콩을 햇빛에 노출해 키우면 바로 초록 콩나물이 된다. 콩이 광합성 작용을 통해 엽록소를 만들기에 초록색이 되며, 일반 콩나물에 비해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우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크기가 작고 식감이 조금 덜 부드럽긴 하지만, 초록 콩나물은 이렇게 영양적인 면에서 좋고, 맛도 덜 비리며 더 고소하다는 장점이 있다.

콩나물은 냉채에 자주 쓰이고, 해산물과도 잘 어울리기에 ‘초록 콩나물’로 새콤달콤한 해산물 냉채를 만들어 봤다. 새로운 식재료를 사용하니 음식 맛은 물론 보이는 모습까지 색다르다. 초록 콩나물은 아삭하게 데치고, 해물은 손질해 살짝 익힌 후 한입 크기로 잘라 입맛에 맞게 소스를 곁들이면 되니 요리 과정도 어렵지 않다. 냉채에 넣는 해산물은 취향 별로 선택하면 되는데, 나는 사각거리는 느낌이 비교적 강한 푸른 콩나물과 식감이 잘 어울리는 쫄깃한 소라, 문어, 오징어를 사용했다. 해산물은 오래 데치면 질겨지기 때문에 특히 삶는 시간에 유의해야 하는데, 오징어와 새우 등은 물이 끓어오르면 30초에서 1분 사이로, 문어는 10분 이내로 삶는다. 초록 콩나물은 맛과 영양소 유지를 위해 3분 내로 짧게 데친다.

준비한 재료들을 접시에 담을 때는 초록 콩나물을 가운데 두고, 해산물을 돌려 담는다. 콩나물은 평소에는 덜 주목받는 재료지만 이 요리에서는 초록 콩나물이 주인공인 셈이다. 흔히 접하던 식재료가 아니기에 다시 한 번 시선이 가게 되고, 맛은 어떨까 호기심에 젓가락을 들게 된다. 초록 콩나물과 문어, 소라를 집어 간장과 겨자로 맛을 낸 소스에 묻힌 후 입속에 넣으니 새콤한 맛으로 침샘이 요동치고, 사각거리는 콩나물과 쫄깃한 해산물의 식감이 입맛을 살아나게 만든다. 접시 가운데 놓인 초록 콩나물은 마치 식탁 위에 봄을 알리는 새싹 같다.

초록 콩나물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입이 가능하지만, 집에서도 쉽게 재배할 수 있다. 물이 빠질 수 있는 컵이나 반으로 자른 페트병에 6시간 정도 물에 불린 콩을 용기 크기의 3분의 1 정도 넣고, 하루에 5∼6번 물을 주면 일주일이면 먹을 수 있을 만큼 금세 자란다. 키우는 재미도 쏠쏠하며, 크지 않은 수고로 무공해 콩나물을 먹을 수 있으니 봄을 맞아 집에서 한번 키워보는 것도 좋겠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어떻게 만드나


재료(2∼3인분 기준)

초록 콩나물 1/2봉, 오징어 1/2마리, 소라 1개, 문어 다리 1개, 새우 2마리, 표고 1개, 소고기 우둔살 50g, 소스 재료(간장 1큰술, 식초 2큰술, 설탕 2큰술, 양파즙 1큰술, 겨잣가루 1과 1/2큰술)


만드는 법

1 초록 콩나물은 끓는 물에 2분30초가량 데친다. 그리고 데친 콩나물은 아삭한 식감을 위해 찬물에 헹궈둔다.

2 오징어와 새우는 손질하여 끓는 물에 30초 정도 데치고, 소라는 10분 정도 삶는다.

3우둔은 결 반대로 채를 썰어서 간장과 설탕 양념에 재우고, 표고버섯도 물에 불린 후 채 썬 후 볶아 식혀둔다.

4 문어는 밀가루를 넣고 빨판에 붙은 이 물질이 제거되도록 바락바락 주무른 후 삶는다. 보통 1㎏짜리 기준 8∼10분 정도 삶고, 다 삶은 문어는 찬물에 담가 차게 식힌다.

5 24의 손질한 해산물을 먹기 좋게 자른다. 데친 오징어는 얇게 채처럼 썰고, 익힌 소라와 문어는 얇게 썬다.

6 겨잣가루는 따뜻한 물에 풀어서 40분간 숙성시킨 후 나머지 재료(간장, 설탕, 식초, 양파즙)를 혼합해 소스를 만든다.

7 접시 가운데 데친 초록 콩나물을 담고 접시 가장자리에 손질한 해산물과 우둔, 표고를 담는다. 기호에 따라 소스를 따로 내거나 뿌려낸다.


조리Tip

1문어는 손질할 때 방망이로 두들겨 주면 육질이 더 부드러워진다.

2 문어의 빨판은 밀가루나 소금을 이용해 주무르면 이물질이 더 잘 빠진다.

3 문어를 데친 후 찬물에 담가 차게 하면, 문어의 껍질의 색깔이 선명해지고, 더 쫄깃해진다.

4 문어를 통째로 삶을 때는, 문어 다리부터 여러 번 끓는 물에 담근 후 전체를 넣어 삶으면 모양이 더 예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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