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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er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02월 28일(火)
“돈키호테는 음식 소설… 음식으로 인물·상황·신분 완벽하게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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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식탁’이 된 이유

“얼마 전 라만차 지역의 그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는 어느 마을에 한 이달고가 살고 있었다. 예사 이달고들이 그렇듯이 그의 집에는 창걸이에 창이 걸려 있고 오래된 방패와 비쩍 마른 말 그리고 사냥개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보통 양고기보다 쇠고기를 더 많이 넣은 요리와 소금을 넣어 잘게 다진 고기 요리를 저녁으로 먹고 토요일에는 베이컨이나 햄 조각을 넣은 달걀 요리를, 금요일에는 납작한 콩 요리를, 일요일이면 새끼 비둘기 요리를 곁들여 먹느라 재산의 4분의 3을 지출했다.(‘돈키호테’의 첫 문장·열린책들·안영옥 번역)

돈키호테는 라만차에 사는 이달고 돈키호테의 식단을 소개하면서 문을 연다. 우리는 보통 소설 돈키호테를 기사가 되기 위한 돈키호테의 활극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데 매우 특이한 설정이다. 왜 미겔 데 세르반테스는 음식 이야기로 소설을 시작했을까.

천운영 작가가 돈키호테에 매료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천 작가에 따르면 돈키호테의 음식에는 등장 인물의 성격과 시대 배경 등 소설의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암시돼 있다. 이 첫 문장만으로도 독자들은 돈키호테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비둘기 고기를 챙겨 먹는 돈키호테는 약간의 허영심이 있는 몰락한 귀족이다. 토요일에 먹은 달걀 요리는 ‘고뇌와 슬픔’이라는 철학적 뜻을 가진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Duelos y Quebrantos)’다. 이 달걀 요리는 당시 스페인 정부의 기독교 순혈주의에 박해받는 무슬림 등 이교도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참고 먹었던 음식이다.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무슬림이지만 베이컨이 들어간 달걀도 먹는 걸 보여줌으로써 ‘개종’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뇌와 슬픔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 당연하다.

“400년 전 소설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 인물의 성격, 사회적 상황, 계층과 신분을 완벽하게 알려주고 있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의 에피소드도 있다. 모험 중에 산초는 어느 마을의 총독에까지 오른다. 그러나 공작 부인의 계략으로 수난을 당하다가 총독직을 반납하고 다시 자유인으로 돌아간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산초에게 선물을 주는데 산초가 원하는 것은 당나귀를 위한 보리 한 됫박과 자신이 먹을 빵 한 조각뿐이다. 산초는 또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하몽을 안주 삼아 와인을 나눠 마신다. 여기서 하몽과 와인은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세르반테스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모험도 모험이지만 음식을 통해서 인물과 사건을 묘사했다. 여기에 매료됐고, 그래서 돈키호테의 여정을 따라 세비야, 안달루시아, 사라고사,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등 스페인 도시를 두루 탐사했다. 돈키호테의 흔적을 되새기며 진정한 자유와 문학을 만끽했다. 이제 레스토랑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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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서울 출생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바늘’ 당선

△2001년 제9회 대산문학상 문학인 창작지원금

△소설집 ‘바늘’(2001) ‘명랑’(2004) ‘그녀의 눈물 사용법’(2008) ‘엄마도 아시다시피’(2013),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2005) ‘생강’(2011)

△신동엽창작상(2003), 올해의 예술상(2004)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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