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슈 집중 점검>2040 노려 “육아 휴직·수당 더” 홍수… 財源 대책은 가뭄

② 출산·육아 정책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청 ‘워킹맘’ 공무원이 아이들을 서울 중구 시청 직장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기 위해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아동수당·국공립 어린이집 등
주자들 경쟁적으로 공약 제시
“지난 대선·총선 유사한 내용
왜 실현 안됐나 살펴야” 지적

여야를 막론하고 2040 젊은 세대를 겨냥해 출산·육아·보육 분야에 대한 그럴싸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재원 마련 방안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 수가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0년 이래 역대 최저치(40만6300명)를 기록, 국가 존립마저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임에도 주자들의 공약은 치밀하지 못한 셈이다.

대부분 주자들이 ‘보편적 복지’의 관점을 취하며 좌클릭 하고 있어 유사한 공약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나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공약이 다수인 만큼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며 “하나같이 재원 마련 대책이 부족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출산휴가·육아휴직 더 많이, 더 쉽게 = 대선 주자들은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출산휴가·육아휴직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출산휴가·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아빠 휴직 보너스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근무시간을 10∼16시로 조정하는 ‘임금 감소 없는 유연근무제’도 공약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출산휴가 급여 상한액을 현행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올리고,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기업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부모행복 아이행복’ 패키지를 통해 △육아휴직 확대 △워킹맘&대디 8시간 노동 보장을,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슈퍼우먼방지법’ 패키지를 통해 △육아휴직 기간 현행 12개월에서 16개월로 확대 △육아기 근로 단축제(최대 3년) 도입을 약속했다.

범여권 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민간 기업 노동자의 유아휴직을 최대 3년까지 보장하는 ‘육아휴직 3년법’을 내놓고, 육아휴직 수당 상한액도 현행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약 홍수’ 속에 이에 따른 재원 대책까지 마련한 주자는 없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선 대선과 총선에서 유사 공약들이 제시됐음에도 실현되지 않은 이유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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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최대 월 30만 원까지 =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역시 이번 대선 국면에서 주요 공약으로 떠오른다.

이 시장은 근로소득이 떨어지는 국민 2800만 명에게 연 100만 원을 지역 화폐로 제공하는 기본소득제를 제시하며 여기에 아동수당을 포함시켰다. 이 시장은 18세 이하 무상의료 공약도 내걸었다. 대선 첫 공약 분야로 보육을 택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6∼12세를 대상으로 아동수당을 월 30만 원씩 주겠다고 했다. 유 의원도 0∼23개월 영아의 가정양육수당은 현행 2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24∼35개월 영아는 현행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두 배로 인상하기로 하고, 초·중·고 자녀 1인당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와 심 대표 또한 아동수당과 청년수당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제는 역시 재원 마련이다. 이 시장이 예산 절약,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나머지 주자들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너도나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은 현재 11%에 불과하다. 문 전 대표는 이를 임기 내에 40%, 안 지사는 30%, 이 시장과 손 의장은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국공립·직장·공공형 어린이집 비율을 70%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30%까지 확대할 것이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문 전 대표는 18대 대선 후보 당시 40%를 약속한 바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린이집 신축 외에 리모델링 등으로 비용을 아껴도 10조∼20조 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장밋빛 공약을 내놓기에 앞서 실현 가능한 계획서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