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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2일(木)
경제지표의 ‘퇴행성 관절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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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한 번도 겪지 못한 외환위기와 경제 파탄을 알리는 전조(前兆)였을까. 20년 전인 1997년 3월, 한국경제는 봄을 맞았지만 화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노동법 파동, 한보 부도 사태 해결 과정 등에서 당시 정부의 국정과 위기관리 능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무역수지 적자에 투자는 뒷걸음질 쳤고 고용불안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그해 1월 실업자는 55만1000명에 달했다. 자동차 등 산업계는 내수 침체에 따른 재고 누적으로 조업 단축에 들어가는 등 몸살을 앓았다.

세월이 흘렀고,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다고 하나 최근 경제 전반을 둘러싼 여건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한계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은 조기 대선의 치마폭에 숨었고, 생산, 투자활동의 회복세는 힘없는 맥박 같다. 실업자는 100만9000명, 실업률은 3.8%로 치솟았다. 구직단념자만도 58만9000명,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2.5%에 달할 정도다. 최근 만난 서울 모 사립대의 한 4학년 복학생은 “40명이 넘는 학부 동기 중 취업자는 단 1명”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물가 오름세는 지속되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소득은 정체되니 정부가 내놓은 내수·투자 진흥대책은 대증요법보다 못한 평가를 받으며 조소의 대상이 됐다. 선단(船團)식 경영시대의 종언이 긍정적 효과를 줬으면 좋으련만 대안 없는 재계의 컨트롤타워 재편은 오히려 향후 부작용을 어찌 감당하겠느냐는 우려를 낳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만약 조기 대선이 확정돼 누가 집권한다 해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아 경기를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차 단기처방, 인위적 경기부양책에 파묻히면 혼선과 부작용이 불가피할 텐데 대선 주자들의 경제공약에는 벌써 그런 흔적이 농후하다. 한 경제 전문가는 “예컨대 기업 임금을 정부가 결정한다는 식의 발상이나 접근은 무책임하다. 표만 의식한 것 아닌가. 그러다가 공약(空約)에 그치면, 결국 경영계의 반발 때문에 못했다는 식으로 화살을 돌릴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사실 해법은 나와 있다. 산업구조의 면밀한 접근 속에 경쟁력을 진단해 ‘약’으로 처방할 수 없는 환부는 더 번지지 않게끔 도려내야 한다. 발목을 옭아맨 규제는 풀어 기업활동의 창의성을 보장하는 한편, 수출의 과실이 투자, 소득으로 연결되도록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절차와 정교함의 원칙을 망각하고 포퓰리즘에 사로잡힌 처방들이 항상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낳았는데 마치 전철을 밟는 듯한 형국이다.

그 쓴 대가는 고스란히 일자리 감소와 실직, 소득 정체, 가계 해체 같은 상상하기 싫은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의 여러 사례를 통해 똑똑히 경험하지 않았나. 문화일보가 올해 중점 연중기획으로 ‘일자리가 애국이다’ 시리즈를 통해 고용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엄중한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가야 할 길은 먼데, 한국경제와 고용이 벌써 ‘퇴행성 관절염’으로 절뚝거리는 모습을 언제까지 바라만 볼 것인지.

horizon@
e-mail 이민종 기자 / 사회부 / 부장 이민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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