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파산 전문법원 출범… 빠른 재기 돕는다

채무자, 회생계획 사전 제출
‘한국형 프리패키지’制 도입
무료 상담센터도 운영키로

앞으로 파산한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재기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법원의 회생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된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회생·파산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서울회생법원(원장 이경춘)이 2일 개원식을 열고 업무에 들어갔다. 서울회생법원은 가정법원과 특허법원·행정법원에 이어 설립된 전문법원이다. 국내 법원의 종류는 대법원과 고등법원·지방법원·특허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 등 6개에서 7개로 늘어나게 됐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이경춘(사법연수원 16기) 법원장을 포함해 34명의 판사가 배치돼 업무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난 법원 정기인사에서 회생·파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법관들을 집중 배치했다. 이 법원장은 이날 “구성원 전체의 전문화 달성과 도산사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연구 및 각종 제도개선에 있어 한층 강화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법원 파산부 업무를 독립 법원에서 처리하는 만큼 회생법원은 전문성과 독립성에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채권조사확정 전담 재판부가 확대·설치됐다. 또 민사본안재판부에서 담당하던 조사확정 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 및 부인의 소를 담당하는 민사재판부가 신설됐다. 개인파산 단독판사가 분담하던 일반회생사건은 법인회생 배석판사가 맡게 된다.

회생법원은 파산관재인(변호사)과 신용회복위원회 직원 등 전문가들이 무료 상담을 해주는 ‘뉴스타트(New Start)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사회적 파급이 큰 한진해운과 같은 대기업의 회생 절차를 다룰 경우 채무자도 회생 계획안을 사전에 제출할 수 있게 한 ‘한국형 프리패키지(Pre-Package)’ 제도를 도입한다. 중소기업의 회생을 위해선 중소기업 대표 개인의 회생 사건을 기업회생 사건과 동시에 진행해 경영자의 재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선 회생법원 설치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회생·파산 사건에서 법원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법원행정처의 ‘연도별 회생 및 파산절차 이용 현황’에 따르면 회생 및 파산절차 이용률은 2009년 2.6%에서 2013년 3.1%로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파산 처리 건수는 2009년 898건에서 2013년 129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