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 싫지만 독립 두려운 ‘캥거루 자녀’

귀가시간 등 싸고 부모와 갈등
경제적 의존도 커 불만 표출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자유’를 만끽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부모의 간섭에 불만을 터뜨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막상 대학생이 된 자녀들도 부모의 잔소리를 싫어하면서도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독립’은 두려워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한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는 최근 “오늘 엄마 앞에서 자해를 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학생은 “통금 때문에 집에 가려면 9시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며 “새내기도 아니고 4년 내내 일찍 자리를 떠야 하는 상황이 억울해서 울면서 머리로 거울을 깼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나친 간섭 때문에 수시로 부모와 충돌하는 청년들도 정작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진지하게 고민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부모와의 갈등으로 심리상담까지 받았다는 김모(여·26) 씨는 “부모님이 너무 심하게 간섭해 잠도 잘 오지 않을 정도”라면서도 “독립을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해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서울연구원이 발행한 ‘2016 한 눈에 보는 서울’ 책자에 따르면, 서울의 미혼 청년(25∼34세) 가운데 55.9%가 3인 이상의 가족과 함께 거주 중인 ‘캥거루족’(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어 사는 젊은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남녀 1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스스로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56.1%에 달했다. 최근에는 결혼해서 독립했다가 전세 보증금 부담, 육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리터루족’(리턴·return+캥거루족)까지 생기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학비뿐 아니라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데도 돈이 들고, 졸업하고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직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반을 잡지 못한 청년들이 부모에게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