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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3일(金)
北 생화학무기, 포탄 제작땐 서울면적 4배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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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경찰 감식팀과 소방당국, 원자력위원회 직원들이 지난 2월 26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KLIA2)에서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 VX 제독과 잔류 성분 측정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  1995년 3월 20일 13명이 희생된 일본 도쿄 사린가스 테러 당시 의료진이 응급구호를 하는 모습.
VX, 사린가스의 100배 ‘맹독’… 1㎢ 괴멸에 비용 5달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을 지난 2월 13일 말레이시아 국제공항2(KLIA2)에서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독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생화학무기에 대한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군인과 민간인, 노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생화학무기는 핵미사일 못지않은 ‘죽음의 무기’다. 더구나 북한은 화학무기 보유량만 2500∼5000t으로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르고 있다. 또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주용철 북한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은 지난달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화학무기를 보유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한반도 유사시 언제든지 남한을 상대로 실전 사용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OPCW는 북한 화학무기 실태 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OPCW 비회원국인 북한은 요지부동으로 받아들일 기미조차 없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생화학무기의 위험성과 북한의 보유 현황, 생산 및 작전배치, 대응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1 생화학무기의 정의

화학제 또는 세균제(생물무기)를 이용한 무기로 BC(bacteriological and chemical)무기라고도 한다. 생물화학무기는 1899년 헤이그 평화회의의 독가스 사용금지선언, 1922년의 잠수함과 독가스에 관한 5국조약, 1925년의 독가스 기타 사용 금지에 관한 의정서, 1972년의 세균독소무기금지협약에 의해 사용 금지 등의 일정 규제가 이뤄졌다. 세균독소무기금지협약은 생화학무기의 취득·보유도 금지하고 있다. 대표적 화학무기인 독가스가 1925년의 의정서에서 금지돼 있는 것 외에 화학무기 일반에 대해서 그 이상의 제한은 확정돼 있지 않았지만 1993년에 화학무기금지협약이 작성됐다. VX 신경작용제는 화학전의 핵심적 무기로, 화학무기금지협약 추진의 중요한 목표 물질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 종료시 화학무기는 9만1000여 명을 살상해 전체 사상자의 5%를 차지했다. 1980년대 들어 이란-이라크전에서 이라크군이 겨자가스 및 신경작용가스를 항공폭탄과 포탄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생화학무기 사용 배경

생화학무기는 은밀하게 치명적으로 목숨을 빼앗아 간다. 핵무기에 비해 비교적 낮은 기술로도 획득이 가능하며 비용 역시 저렴하다. 대략적으로 재래식 무기의 획득비용을 100으로 볼 때 핵무기는 50∼60 정도인 데 비해 화학무기는 10∼20 정도다. VX의 경우 1㎢ 면적을 오염시키는 데 불과 5∼6달러 정도면 된다. 특히 전황이 극도로 불리하거나 북한처럼 속전속결을 구사하려는 국가들은 유혹을 물리치기가 쉽지 않다. 생화학무기에 대한 충분한 방호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전투 병력이 순식간에 괴멸될 수도 있다. 화학무기를 단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증거 수집도 어렵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위험에 대해서 경계했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생화학무기를 실어 발사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핵미사일 실전 배치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상당량의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핵미사일보다 생화학무기가 더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번 북한의 VX 사용은 핵미사일 위험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사이버 공격 등이 모두 북한 정권의 대량파괴무기(WMD) 키트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고 전했다.

3 김정남 독살 방법

북한 공작원들이 2명의 아시아계 여성을 이용해 김정남 독살에 사용한 VX는 신형 이원화탄(VX-2) 제작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안 티 흐엉(29)과 시티 아이샤(25)는 VX가 결합하기 전 독성이 거의 없는 액체 상태의 QL과 황화합물(NM 또는 NE)을 손에 묻힌 채 김정남의 얼굴과 눈을 공격했다. 맨손에 묻은 액체는 VX 결합 전 상태로 독소가 없다. 두 여성이 여러 차례 예행연습을 한 것은 액체가 스며들기 쉬운 눈 점막을 타깃으로 최대한 짧은 시간(2.33초)에 공격해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북한은 VX 테러에 앞서, 동물 또는 정치범 등 사람을 대상으로 풍부한 임상시험 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독살에 필요한 QL과 NM의 양이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사망에 이르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확보해야 실행이 가능하다. 일원화탄 VX로 공격했다면 1명이 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이원화탄은 2명이 필요하다. 완성된 VX는 보관·이송에 어려움이 따르는 단점이 있다.

4 VX는

VX는 지금까지 알려진 화학무기 물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하다. ‘인류가 개발해선 안 되는 물질’로 불릴 만큼 치명적인 화학물질이다. VX는 사린가스(GB) 100배 이상의 독성을 지닌 데다가 10∼15㎎ 정도의 소량으로도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유엔 결의 687호는 VX를 WMD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가장 위험한 신경작용제로 규정하고 있다. VX는 1988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살포해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례가 있다. 1980년대에도 이란-이라크전 당시 화학무기로 쓰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국제적으로 VX의 사용은 물론 생산·보유까지 전면 금지된 것은 이런 가공할 만한 위험성 때문이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190여 개 협약 당사국에 VX의 개발·생산·사용을 금지하고, 보유하고 있는 무기도 단계적으로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VX에 노출된 피해자는 다량의 눈물과 침을 흘리면서 내부 근육이 마비되고 설사와 구토를 하다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5 생화학전 살상력

군 당국은 북한이 연대급까지 생화학부대를 창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은 현재 2500∼5000t 정도의 화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생산능력도 평시 연간 5000t, 전시 1만2000t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작용제를 전부 포탄용으로 만들 경우 62만5000발에서 최대 125만 발에 이른다. 서울시 면적의 4배를 오염시킬 수 있는 양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을 추진한 북한은 생화학무기를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무기화해서 각급 시설에 분산 저장해 놓고 있다. 생물무기의 경우 균을 자체 배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빈자(貧者)의 핵무기’로 불리는 탄저균은 제조와 운반이 간단하고 살상 효과가 크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화학탄 555㎏ 탑재가 가능한 스커드-B나 스커드-C 1발을 서울에 투하할 경우 살상력은 VX가 약 6600명을 사망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VX탄은 155㎜ 포탄 1발에 탑재해 지상 4.5m에서 폭발하면 반경 20m까지 액체 상태로 날아간다. 방독면을 쓰지 못한 사람은 흡입하거나 피부에 한 방울(0.3∼0.4㎎)만 묻어도 사망한다. GB 역시 동일 조건에서 18m 내에서 단 한 번의 호흡으로 사망한다.

6 북한 이원화탄 보유

이원화탄은 2개 구성물질을 판으로 분리해 하나만 탄체와 별도로 저장하다가 투발시 탄체에 결합시켜 발사한다. 발사할 때 판이 부서지고 열에너지와 회전 운동에너지에 의해 비행 도중 원료가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켜 독성물질이 생성된다. 이원화탄은 VX와 GB 그리고 소만(GD) 3종류에만 적용된다. 북한은 VX-2와 GB 이원화탄을 이미 개발해 실전 배치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보유 중인 화학무기 중 약 70%는 신경작용제인 VX와 GB, 소만 등이다. VX-2 이원화탄은 액체 상태 물질인 QL과 고체 상태인 황화합물 NM, 사린 이원화탄은 DF와 OPA의 2가지 물질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7 북한의 생화학무기 보유 현황

북한은 40종에 가까운 생물무기용 병원체와 화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KIDA에서 지난해 발간된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보유한 생물무기용 병원체는 13종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7종의 세균작용제(탄저균, 브루셀라, 야토균, 장티푸스 등)와 1종의 리케차(발진티푸스), 3종의 바이러스(천연두, 황열병, 유행성출혈열), 2종의 독소(보툴리눔, 황우) 등이다. 일본의 옴진리교가 도쿄(東京)에서 여러 번에 걸쳐 살포한 보툴리눔은 치명적인 독극물이다. 군 당국은 “탄저균은 치사율이 높아 무기화가 가장 유력시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국가과학원 예하의 평양 제1생물연구소, 평남 평성의 미생물연구소, 평북 피현군 백마리 세균무기연구소, 평북 정주 25호공장, 평북 선천 세균연구소 등 17곳에서 생물무기 연구 및 배양·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유 중인 것으로 보이는 화학작용제는 25종에 달한다. 화학작용제는 질식작용제, 신경작용제, 혈액작용제, 수포작용제 등으로 구분된다. 북한은 GB, V-작용제(V계열) 등 신경작용제 6종, 겨자(HD)와 루이사이트(HL) 등 수포작용제 6종, 시안화수소(AC) 등 혈액작용제 3종, 포스겐(CG) 등 질식작용제 2종, 구토·최루작용제 8종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함흥 2·8 비날론 단지 등 16개소에서 화학무기 관련 시설을 운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8 생산 및 생화학전 지휘체계

북한은 화학무기 생산은 당기계공업부에서 전담하고, 전력화된 관리는 최고사령관의 직접 통제하에 총참모부 예하의 핵·화학방위국에서 담당한다. 핵·화학방위국은 화학전에 대한 전투 전반을 관장하고, 화학무기 비축기지 통제와 화학무기 관리, 화학 장비 조달 및 보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화학무기 사용권한은 유사시에는 최고사령관→총참모장→군단장(집단군 사령관)→보병사단장→투발 부대장으로 이어지는 지휘체계가 설정돼 있다. 북한의 생물무기는 당기계공업부 제2자연과학원에서 연구 및 생산되고 있다. 유사시 생물무기 지휘체계는 최고사령관의 통제하에 총참모부에 인계해 사용할 수도 있고 정찰총국 예하 특수부대를 통해 직접 사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9 생화학무기 사용 방식

북한은 2010년 이후 개발에 착수한 VX-2와 사린-2의 이원화탄 개발에 성공해 최근 몇 년 사이에 전방 포병부대와 스커드 미사일부대 등에 실전 배치한 것으로 분석된다. 화학무기탄을 노동미사일 등에 실어 발사할 경우 괌과 일본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보유한 화학무기 투발 수단은 포병부대의 박격포 등 야포와 각종 방사포, 전략군의 스커드 등 미사일, 항공 및 반항공군의 AN-2와 같은 항공기 등으로 다양하다. 군내에서는 스커드-B/C 미사일의 30∼40%가 화학 탄두라는 평가도 있다. 발사 후 4∼5분이면 수도권 상공에 도달하는 사거리 300㎞ 스커드 1발에 VX를 넣어 투하할 경우 최대 12만여 명의 인명 피해가 생긴다는 분석도 있다. 충남 계룡대까지 타격권에 들어가는 300㎜ 방사포에 VX를 넣어 쏜다면 후방지역에서도 대량 인명 피해가 날 수 있다. 북한은 생물무기를 수주 내에 군사용으로 다량을 생산하고 특수부대, 항공기, 야포, 기구 등을 이용해 대량으로 투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0 생화학무기 대비책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생화학전에 대비해 6년 전부터 매년 생물방어연습(Able Response)을 실시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무인기나 특수부대를 동원해 탄저균 등 생화학무기를 인구 밀집 지역에 살포하는 등 10여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 피해 평가 및 대비책을 세우는 연구를 최근에 완료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 전국 대도시를 겨냥한 북한의 생화학 공격 시 인명 살상 규모 등 구체적 피해를 산정하기 위해 최신 컴퓨터 시뮬레이션(HPAC, NBC 2.0)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KIDA에서 주로 진행해온 생물방어연습에는 양국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 40여 개 기관 200여 명의 생물학 작용제 분야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비공개로 실시하다가 2015년에는 생물학 공격과 생물 테러 상황을 가정해 환자를 수송하고 제독하는 절차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생물방어연습은 매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기간에 진행된다. 올해는 미군의 첨단 탐지·제독장비를 동원해 실전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협의한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는 북한의 방사능 및 생화학전에 대응한 교리 연구와 제독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화생방 물질신고가 접수되면 화생방신속대응팀이나 24특임대대가 즉각 출동한다. 화생방정찰차와 K-10 제독차, 소석회 살포기, 특수보호의, 양압식 공기호흡기, 화학탐지기(K-CAM2) 등을 보유하고 있다. 군은 사업비 670억 원을 투입해 2015년부터 올해까지 신형 방독면을 개발할 계획이다. 화생방전과 유독가스 누출 사고 등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장갑형 화생방정찰차-Ⅱ도 연말쯤 전력화된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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