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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3일(金)
어지러울수록 법치가 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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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 부장

대한민국이 두 쪽 나게 됐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결정 이후의 분란과 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나라가 거덜 나지 않으려면 인용이 되든, 기각·각하가 되든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해야 한다. 하지만 ‘촛불 집회’든, ‘태극기 집회’든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승복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높다. 언제부터 그렇게 정치와 정치인을 신뢰했는지 모르겠지만, 정치적 해법을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면 절박감마저 느껴진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흔쾌히 승복하겠다고 천명하지 않는 것은 불복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일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각되면 혁명’이라 했다가 최근에는 자신은 “승복하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이 승복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라고 했다. 대세론을 탄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지지층 눈치를 살피는 군색한 말로 들린다. 지지율 2위 그룹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헌재의 결론이 나면 이에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토를 달았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기각돼도 승복할 게 아니라 국민이 손잡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아예 불복을 유도하기까지 한다.

‘무질서보다 독재가 낫다’는 보수층이 사회적·법적으로 합의한 사항마저 무시한 채 법치 무시, 불복 입장을 내놓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가전(市街戰)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는 박 대통령 변호인단 김평우 변호사의 발언은 헌재의 권위를 능멸하는 것을 넘어 내란을 조장하는 말로 들린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은 1일 “8명만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는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단심제이고 8인 재판관 체제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데도 말이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원유철 의원은 “2014년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도 재판관 공석 상태에서 헌재 재판을 받는 것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틀린 지적이다. 국회가 2011년 조대현 재판관 퇴임 이후 후임자 지명을 지체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지, 8인 재판관 체제가 위헌이라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꼼수는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걷잡을 수 없는 분란과 혼란, 불안을 일으키는 만큼,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헌재 흔들기가 도를 넘은 상황에서 헌재 결정 불복 움직임을 부채질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찬반으로 나눠 80여 일간 차가운 한겨울 거리를 달구며 임계점에 달한 투쟁과 갈등의 응축 에너지가 정치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는 것은 단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오히려 어정쩡한 봉합이 두고두고 분란과 후유증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칙에 입각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탄핵은 국가 구성원들이 약속하고 합의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매듭을 짓는 것이 정도다. 탄핵 찬반 양측이 차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별다른 불상사 없이 3·1절 집회를 마친 것은 탄핵 이후에 대한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법을 지켰기 때문이다. 법치주의가 자리 잡았음을, 그리고 성숙해 가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할 때다. y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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