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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부국장 겸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6일(月)
나라 걱정하는 ‘조용한 다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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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민 정치부장

오는 10일 또는 13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80여 일 동안 광화문 광장은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양분됐고 집회를 거듭하면서 양측 대립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측 연단의 목소리만 들으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 사회가 양분돼 내전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시위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 대다수는 승복해야 한다는 소신에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조속한 정국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다.

1주일 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우나 헌재 결정 이후 나라가 두 쪽이 난다는 식의 전망은 기우라고 믿고 싶다. 구시대적 편 가르기나 자기 목소리에 스스로 취해 헌법 질서의 파괴를 시도하는 세력은 그들보다 훨씬 민주적이고 자제력을 갖춘 국민에 의해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더구나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은 명분도 없고 정치적 실리도 잃게 된다.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이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에 맞서는 것은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정체성으로 삼는 자신의 존재 근거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론 조사상 탄핵에 반대한 15%의 지지조차 유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수구 꼴통’이란 분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세력이 헌재의 기각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역시 여론조사상 탄핵에 찬성한 75% 중 상당수가 ‘불안감’ 때문에 등을 돌릴 것이다. 진보로 기운 대선 구도 역시 중도·보수 결집으로 역전될 수 있다.

따라서 정말로 고민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헌재 결정 이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제대로 국정을 정상화해서 국내외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탄핵 정국의 원인 제공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탄핵 정국을 이끌어 온 국민이 해야 한다. 우선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사실상 국정 운영의 리더십을 상실했음을 인정하고 질서 있는 퇴진 수순을 밟아야 한다. 정치권은 박 대통령이 제시한 퇴진 일정에 근거해 차기 대선을 포함한 국정 정상화에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차기 정부는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단이 이뤄진 후 화해와 통합의 차원에서 정치적 사면조치를 취하는 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국민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한계를 맞은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인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국민 스스로 탄핵 인용 이전의 상황과 인식에서 벗어나 제로 베이스에서 미래지향적 시대정신을 실현할 후보를 찾아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민주 의식이 체화돼 있는 것은 기본이고 시장과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성장 잠재력을 상실한 우리 사회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여건을 만들 수 있는 마인드와 비전을 갖춰야 한다. 둘째,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당장 탄핵 결정에 따른 국론 분열을 수습해야 하고 나아가 좌-우, 보수-진보, 여-야의 편 가르기와 대결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선 이후 정국은 다당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고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협치나 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진영논리와 독선·선민의식에 사로잡혀 나와 우리 편이 아닌 사람은 타도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후보는 배제해야 한다. 셋째,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후보여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트럼프-시진핑-아베-푸틴의 힘겨루기 구도 속에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김정은과 대치하고 있다. 구한말 이후 최대의 외교·안보적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 정책 기조,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 한·중 관계에 대한 전략, 한·일 협력에 대한 기준 등에서 균형 감각을 갖지 못한 후보를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진정한 리더는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60일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더구나 이미 대부분의 후보가 자신의 이념적 좌표와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국민이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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