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8.24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후여담
[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7일(火)
헌재 白松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이현종 논설위원

서울 재동(齋洞)에 있는 헌법재판소에 취재차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재판소 건물 뒤뜰 축대 위에 있는 600여 년 된 ‘재동 백송(白松)’이다. 천연기념물 제8호로 지정된 이 백송은 소나무가 흰빛을 가진 특이함도 있지만 승리의 브이(V)자 모양의 자태가 독특하다. 두 마리의 백룡(白龍)이 꿈틀대며 승천할 것 같은 기상이 느껴져 볼 때마다 힘을 받는다. 헌법재판관들이나 직원들도 점심 식사 후 꼭 이곳을 들러 산책하면서 백송의 고귀한 자태처럼 헌법의 존엄과 숭고함을 되새긴다고 한다.

재동 백송이 같은 수종에서는 나이가 가장 많다는 점도 있지만 역사성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 원래 백송은 우리나라 나무가 아니라 중국 나무로 중국을 드나드는 사신들이 가져와 심었는데, 백송이 있는 집안은 그만큼 세도가임을 증명했다고 한다. 헌재가 있는 재동은 원래 잿골(회동·灰洞)로 불렀는데 조선 단종 1년 계유정난 때 왕위를 넘보던 수양대군이 김종서 집을 찾아가 죽인 사건이 일어났다. 김종서 집 일대에 피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재를 가져다 뿌렸는데 그 일로 잿골이라고 불리다가 한자로 정리하면서 현재의 재동이 됐다. 백송이 어린 나이에 이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흥선대원군이 안동 김 씨의 세도를 끝내고 왕정을 복고하려고 할 때 백송의 둥치가 전보다 더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성공을 자신했다고 한다. 박지원의 손자 박규수, 개화파이자 갑신정변의 주역 홍영식이 이 백송을 뜰에 두었고 이후 홍영식이 대역죄로 처형된 뒤 이 집은 광혜원·제중원으로 사용되면서 근대 의학의 출발지가 됐다. 이후에는 대한제국이 매입해 관사로 쓰다가 경기여고와 창덕여고를 거쳐 1993년 이 터에 헌법재판소가 들어섰다. 조선과 근대사의 주요 장면을 목격한 백송은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동성동본 금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행정수도 특별법 등의 심판을 보면서 현대사의 중심에도 서 있다.

며칠 뒤면 백송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도 보게 된다. 매일 벌어지는 탄핵 찬반 시위의 소음도 참아가며 재판관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을지 궁금하다. 재판관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 백송 앞에서는 마음을 내비치지 않을까. 그러나 백송의 ‘V’가 누구의 승리를 예고하는 징표인지 아직 재판관들도 모를지 모른다.
[ 많이 본 기사 ]
▶ 알몸에 스키부츠… 우즈-본 연인 시절 누드 사진·동영상 ..
▶ “김정은, 美공격시 부인·전문가와 中으로 탈출 원격지휘”..
▶ 대법원 한명숙 유죄판결이 ‘사법적폐’라는 與
▶ 이영애, K-9 훈련 순직 장병 유족에 위로금 기탁
▶ “트럼프가 내 목에 입김 불어…닭살 돋을만큼 불쾌”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클린턴, 내달 대선 패배후 첫 자서전…“대선 기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순간 기록”“러시아인들 내 잠재의식 해킹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
mark대법원 한명숙 유죄판결이 ‘사법적폐’라는 與
mark이영애, K-9 훈련 순직 장병 유족에 위로금 기탁
보수성향 태극기집회 주도자들 ‘내란선동 혐의..
삼성 ‘노트’ 돌아왔다…야심작 갤럭시노트8 뉴..
文, ‘전쟁막자고 내가 당연히 해야하는것 아닌..
line
special news ‘탑과 대마초’ 한서희 “내가 먼저 권유 안해”..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함께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된 아이돌 연습생 출신 한서희가 자신..

line
국방부 5·18특조단 최대 과제는 ‘발포명령자’ 규..
“김정은, 美공격시 부인·전문가와 中으로 탈출..
성매매 전단 대포폰, ‘전화폭탄’으로 먹통 만든..
photo_news
알몸에 스키부츠… 우즈-본 연인 시절 누드 사진·동영상 ..
photo_news
메이웨더 vs 맥그리거 … 美서 5000만명이 본다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193) 58장 연방대통령 - 6
illust
[인터넷 유머]
mark까불지 마라 vs 웃기지 마라
mark아저씨들한테 10가지만 전해라∼
topnew_title
number 제2자유로 갓길에서 알몸으로 있던 여성 붙..
학부모들과 부적절한 관계 맺은 사립고 진학..
변속기 탓에… 창고 방치된 K2흑표전차 몸통
‘朴의 윤진숙’ 뺨치는 ‘文의 류영진’
‘삽과 호미로’ 45일간 땅굴 파 기름 4억여원..
hot_photo
사랑에 빠진 혜리, 영화 ‘물괴’ 끝..
hot_photo
형은 선수 동생은 코치
hot_photo
선미 “JYP 떠나 새로운 도전…믿..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