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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8일(水)
賞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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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용 논설위원

어느 나라 각 부문 유명 시상식이든 대부분 연말연시에 열린다. 수상자의 한 해 공적을 평가하기에 적기라는 점이 반영됐을 게다. 국내 방송사들이 개최하는 각종 드라마·가요제 시상식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노벨상과 아카데미상·베를린국제영화제상·그래미상 시상식도 마찬가지다.

상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난 업적이나 잘한 행위를 칭찬하기 위해 주는 증서나 돈이나 값어치 있는 물건’이다. 그 증표가 트로피, 메달, 상패다. 국내 또는 국제 주요 시상식에서 전해지는 수상자의 감동 어린 소감은 상의 진가를 배가한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 수상작이 번복돼 오스카 역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열흘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명 수상 소감이 탄생했다. “내 우주의 중심 부모님. 그들은 내게 선과 악, 실패하는 방법, 사랑하는 방법, 상을 타는 방법, 패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내 여동생. 그 상상력에 감사합니다. 내 사랑하는 남편과 딸. 당신들은 내게 어떻게 사는지,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당신들은 내 삶의 근간입니다.” 영화 ‘펜스’에 출연해 여자 조연상을 받은 흑인 여배우 비올라 데이비스가 한 말이다.

인디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여드레 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밝힌 수상 소감도 화제다. 오직 음악성만으로 심사하는 이 상은 상금이 없다. ‘신의 놀이’로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탄 그녀는 “친구가 돈, 명예, 재미 중 두 가지 이상 충족되지 않으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시상식이 재미도 없고 상금도 없다. 하지만 명예는 감사하다. 지난달 수입이 42만 원이다. 이번 달엔 96만 원이다. 상금이 없어서 트로피를 팔아야겠다. 제 월세가 50만 원이니 50만 원부터 경매하겠다”고 말했다. 트로피는 단박에 팔렸고, 그녀는 이 돈을 받고 퇴장했다.

그녀의 수상 소감을 놓고 대중음악계가 지금 시끌시끌하다.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적게 돌아가는 국내 음원 유통구조를 꼬집은 퍼포먼스다. 음악을 50만 원에 판 게 아니라 트로피를 팔았을 뿐”이라는 옹호 주장과, “자기 음악의 값어치가 50만 원밖에 안 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시상식 명예에 먹칠했다”는 비판 의견이 갈린다. 이에 그녀는 “명예는 제가 집까지 잘 가지고 돌아와 잠도 같이 잤습니다”고 받아쳤다. 저성장 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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