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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8일(水)
오너경영이 罪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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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삼성이 5일 서울 서초동 사옥에서 미래전략실을 걷어내면서 그룹 단위 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리더 유고(有故)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마저 사라진 국내 최대 기업은 권력 무중력 상태를 맞았다. 삼성그룹이 해체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리더십 공백에 빠진 삼성이 위기임에 분명한데, 삼성전자 주가는 6일 사상 처음으로 주당 200만 원을 돌파했다. 시장의 낙관론에는 학습효과가 힘을 보탠 측면이 있다. 삼성은 2008년에도 이른바 ‘삼성특검’을 겪고 이건희 회장 부자와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의 전격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를 골자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대신 사장단협의회에 주요 결정을 맡겼다. 이번 쇄신안과 기본 골격이 흡사하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전략기획실은 미전실로 부활했고, 삼성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삼성이 이미 갔던 길로 가든,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가든 결국 살길을 찾을 것이란 게 시장 반응이다.

삼성은 규모는 물론, 경영방식에서도 한국 대기업을 대표한다. 국내 대기업들은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총수와 핵심 지원조직이 수십 개의 계열사를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형태로 성장해왔다. 그룹경영과 오너경영이 그 양 날개다. 그룹경영은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면서 적은 투입으로도 많은 효과를 내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하나를 만들면 이 회사는 ‘삼성’ 브랜드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거대한 조직에서 나오는 정보력과 계열사의 축적된 노하우와 조직력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한국 특유의 강력한 오너십은 전문경영인이 감당하기 힘든 대형·장기 투자를 순발력 있게 진행하면서 경쟁사들을 따돌려왔다. 이 두 가지 조합이 글로벌 무대에서 높은 성가를 얻자 벤치마킹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이런 경영방식이 ‘재벌 폐해’의 근원으로 치부되면서 개혁 대상이 된다. 물론 일부 대기업 갑질과 오너 2·3세 일탈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 측면이 있지만, 한국 기업의 성공방정식까지 폄훼할 일은 아니다. 사실 그룹경영과 오너경영은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형태가 아니다. 재벌의 원조인 일본은 차치하더라도 프랑스 루이비통이 속한 LVMH그룹, 이탈리아 피아트그룹, 독일 지멘스그룹 등 알 만한 기업들이 그룹 형태다. 구글만 해도 지주회사 알파벳을 정점으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유럽의 이름난 장수 기업 중에는 가족경영 형태가 많고, 전문경영 체제가 일반적인 미국에서조차 월마트·포드 등 오너경영 기업이 적지 않다. 요컨대 기업 지배구조에는 정답이 없고, 기업 스스로 가장 경쟁력을 발휘할 방식을 택하도록 하면 된다. 그러나 국내에선 사사건건 제재 대상이 된다.

6일 특검이 발표한 삼성의 혐의 중에는 순환출자와 관련된 내용도 있다. 순환출자는 외국에도 있는 형태지만,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주주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경영에 나서는 것을 한국만의 적폐로 보고 터부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대 정부 규제의 산물이다. 1970년대 기업공개촉진법 시행 때 정부는 총수 가족 지분을 5% 이내로 강권했다. 그러자 대기업들은 대부분 상호출자 형태로 계열사를 관리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출범 후 상호출자를 금지하자 순환출자로 돌았다. 2013년에는 신규 순환출자가 불법이 됐고, 일부 대선주자는 기존 순환출자도 포함시킬 태세다. 정부는 대신 애초에 불허했던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다시 권하고 있다. 정부 지침을 좇다 바보가 된 형국이다.

‘재벌개혁’ 기치 아래 거듭된 개정으로 공정거래법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해졌다. 여기에 상법 개정안까지 등장해 협공하는 중이다. 외국과 달리 복수 의결권을 허용하지 않는 국내에선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다. 구글·페이스북 창업자가 1주당 10의결권을 가지는 등 미국에서는 지분율보다 훨씬 큰 의결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거꾸로 대주주의 지분보다 의결권을 축소 제한하자는 상법 개정안이다. 이래서는 이사회 중심 경영도 험난해진다.

역대 정부는 대기업 지배구조를 바꾸겠다고 세계에 유례없는 법들까지 동원했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얘기는 없다. 강수를 또 던지기 전에 이전 처방이 과연 적절했는지부터 되짚어볼 시점이다. 그룹경영이나 오너경영이 죄악(罪惡)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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