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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8일(水)
힘쎈 여자 도봉순, 힘의 논리에 대한 전복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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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남들보다 강한 힘을 갖고 싶어 한다. 무한생존 경쟁이 일상이 된 세상에서 힘은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본능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런데 선천적으로 타고난 엄청난 힘을 감추고 살아가는 여자가 있어 화제다. 가벼운 닭싸움만으로 상대방의 꼬리뼈를 부러뜨리는 괴력을 가진 그녀는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사는 도봉순(박보영)이다. 물론 실존 인물은 아니고 JTBC 금토드라마 ‘힘쎈 여자 도봉순’의 주인공이다.

서울의 실제 지명과 동일한 동네인데 드라마에서는 가상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경쾌한 분위기의 로맨틱코미디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힘이 약한 여성이 살해당하고, 폭행당하고, 납치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아 실제 동네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도봉동에서 20년을 살고 있는 엄마 황진이(심혜진)의 도봉동 사랑이 무색해지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여자들을 노리는 흉악범을 상대로 펼쳐질 도봉순의 활약이 도봉동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도봉순의 괴력은 모계 혈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결과다. 가상의 상황이지만, 도봉순 모계 혈통의 괴력을 기록한 책 ‘역량기’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행주산성에서 돌로 왜군을 때려잡은 박개분이 괴력의 시조이다. 박개분의 괴력은 반드시 의로운 일에만 사용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괴력이 사라지고 병에 걸리게 된다. 세계 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황진이가 친구들을 괴롭히다 괴력을 잃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봉순은 어려서부터 괴력을 조절하고 감추며 살았다. 옳지 않은 일에 괴력을 사용하다가 발생할 동티로 딸의 인생이 망가질까 두려운 엄마 황진이의 통제와 간섭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했다. 학창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인국두(지수)의 이상형이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같은 여자라는 것이 그녀가 자신의 괴력을 철저하게 감추며 살게 된 진짜 이유다. 그녀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국두는 경찰이 된 지금까지도 도봉순을 여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도봉순의 인생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건 신축 공사 현장을 지나다가 용역 깡패인 백탁파 일당들로부터 유치원 버스 기사를 구해주면서부터다. 8명의 백탁파를 간단하게 제압하는 도봉순의 괴력을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믿지 못하던 안민혁(박형식)이 그녀에게 경호원 자리를 제안한다. 게임 기획자가 꿈이었던 도봉순은 안민혁이 게임 전문 업체 아인소프트 CEO라는 사실을 알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를 계기로 그녀의 괴력이 조금씩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24시간 안민혁을 밀착 경호하는 도봉순과 목격자 보호지원 차원에서 도봉순을 보호하는 인국두의 삼각관계는 두 가지 사건과 맞물려 전개된다. 도봉순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로부터 안민혁이 협박을 당하는 사건, 신체가 왜소한 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살인과 납치 사건에 연루된다. 이 과정에서 발휘되는 그녀의 괴력은 남성적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부조리한 현실을 돌아보는 역설의 계기를 제공한다. <끝>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그동안 ‘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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