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 돈 넣어두라” 금융·수사기관 사칭해 1억 챙긴 중국인 보이스피싱 조직원 구속

한국에 정착한 뒤 생활고에 시달리자 금융·수사기관 직원을 사칭, 피해자를 집 밖으로 불러낸 뒤 1억 원가량의 돈을 가로챈 20대 중국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보이스피싱으로 거액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현금 운반책 A(21) 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우체국 직원, 경찰관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밖으로 유인한 뒤 몰래 집으로 들어가 돈을 꺼내 가는 수법으로 지난 1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서울·충남·전북에서 5차례에 걸쳐 현금 총 1억 원가량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 씨는 “개인정보 유출로 돈이 빠져나가니 현금을 뽑아 전자레인지에 보관하라”며 “현금 유출 경로 확인차 집에 들를 테니 열쇠는 우유 보관함에 놔두고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을 재발급받으라”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6월 입국한 뒤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A 씨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중국 SNS ‘위챗’을 통해 총책에게 지령을 받았으며, 건당 10%의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A 씨는 거짓말에 쉽게 속는 60대 이상의 노인들만 노려 사기를 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젊은 층보다 노인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으므로 고령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해 현금을 뽑아 집에 보관하라는 경우는 ‘절도형 보이스피싱’이니 일절 대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