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惑世誣民(혹세무민) 가짜뉴스, 反사회적 범죄로 다스려야

불순한 의도로 생산돼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가짜뉴스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선고일을 결정·발표한 8일에도 SNS에는 황당한 가짜뉴스가 난무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남편은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글이 대표적인 예다. 이 대행 남편은 통진당과 전혀 무관한 현직 대학교수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야당 중진에게 절하는, 완전히 조작된 사진도 나돌았다.

세계 각국의 골칫거리인 가짜뉴스 횡행은 한국 사회에서도 이미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7월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 장소로 발표된 직후에 ‘사드 전자파 때문에 참외가 다 죽는다. 암이나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짜뉴스가 나돌았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출마 포기에도 가짜뉴스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가짜뉴스는 사실 확인을 소홀히 한 단순 오보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개인의 인격과 명예를 고의로 훼손할 뿐 아니라 사회적 정보에 대한 신뢰 체계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킨다. 개인의 정보 편식(偏食)을 부추기고, 건전하고 합리적인 공론 형성도 막는다. 반(反)사회적 범죄로 엄중히 다스려야 마땅한 이유다.

가짜뉴스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등은 정보통신망법·공직선거법 등에 따라 처벌된다. 하지만 인격권 침해는 우회하면서 사회 불안을 초래했을 경우 등엔 처벌하기 어려운 입법 미비가 현실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모니터링 강화, 명확한 기준과 처벌에 대한 법령의 조속한 정비 등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관련 부처에 주문한 배경도 달리 없을 것이다. 언론계를 포함한 민·관의 종합적 공조 대처가 시급하다.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이달 말에 선보일 ‘SNU 팩트체크’ 플랫폼의 가짜뉴스 검증 기능 등이 주목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