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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0일(金)
“고용 늘어야 불평등도 해소… 반짝 아닌 지속성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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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가 서울 광화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산책을 하면서 “경제위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손동작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김인준 서울대 명예교수

2017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팎으로 난마처럼 얽힌 시국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위기의 징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낮 기온이 영상 10도 가까이 올라 봄을 손짓하는 날에 김인준(68) 서울대 명예교수 개인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적선동 광화문 플래티넘 건물을 찾았다. 기자는 속으로 ‘춘래불사춘’을 되뇌었다. 그래서 ‘위기극복 경제학(율곡출판사)’의 저자이자 경제위기론을 평생 화두로 삼아온 김 교수를 만나러 가는 길은 마치 ‘현인(賢人)’을 찾아 나서는 구도자의 심정이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했다. 2시간여에 걸친 긴 인터뷰 내내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는 ‘종심(從心)’이었다. 공자는 ‘도(道)’를 향한 인생 여정에서 70세를 일컬어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고 했다. 마음의 뜻대로 해도 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 68세로 70을 향해 가는 그는 겸연쩍어하며, 또 진지한 표정으로 물 흐르듯 경제 외적인 분야까지 자연스럽게 언급했지만, 외연이 확장된 그의 학문은 구애함이 없었다.

그의 메시지는 명쾌하면서도 논리적 완결성을 가졌다. 요약하면 이렇다.

‘위기는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위기에 대한 대비가 매우 중요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있다. 금융위기의 영향을 벗어나면서 동시에 저출산·고령화라는 경제구조의 변화를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 경제위기라는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우리의 자체적인 성장동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다. 성장동력은 하이테크놀로지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이다. 두 부문을 키워야 성장의 퀄리티(질)를 보장할 수 있다. 성장의 질이 담보되는 성장 담론이 바로 고용성장, 지속성장, 포용성장이다.’

그의 논리 전개를 따라가 봤다. 2013년 5월에 나온 김 교수의 책 ‘위기극복 경제학’은 위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그는 “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 재정, 환율 등의 정책 조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성장을 추세로 봐야 하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담았다”고 했다. 그래서 저성장 고착화 문제를 먼저 질문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저성장에 진입했느냐는 논란이 많다. 우리 경제의 성장 과정을 보면 1997년 외환금융위기 전까지 비교적 고도성장을 했다. 처음에 8% 정도 성장하다가 나중에 6~7%로 떨어졌다. 이후 안정성장기로 들어가 5~6%로 조정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3% 정도로, 최근에는 2%대로 떨어졌다. 우리 경제가 현재 어려운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을 받으면서 이른바 저출산·고령화라는 경제구조의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함께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 3%대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의 대답은 그나마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경제에 들어서면, 사실 3% 성장할 경우 비교적 성공이라고 본다.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경제의 문턱에 있다. (경제성장의) 여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경제구조 변화가 너무 급격히 일어나니까 계속 3%대 성장을 하려면,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잠재성장률 3% 정도를 유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무엇을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에 대한 ‘정책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성장동력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제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중심은 하이테크놀로지를 갖춘 중소기업이 돼야 한다. 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상생하는 구조가 아니고서는 힘들다. 미국이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건 실리콘밸리나 보스턴의 벤처 단지인 루트128 이런 곳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과 협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제대로 하려면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디지털 이런 분야에서 ‘서포트’하는 중소기업과 같이 가야 한다. 하이테크놀로지 중소기업을 키우는 건 대학을 끼고 하는 게 여러 장점이 있다. 중요한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벤처 단지를 만들어 주면 된다.”

그는 요즘 신문 기사에서 과학테크놀로지 분야를 꼭 읽는다고 한다. “그쪽으로 문맹이라 재미있게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의 일독을 권했다.

“제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물리와 디지털, 바이오 이 3개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를 핵심으로 본다. 예를 들어 체내에 센서를 넣고 건강관리를 한다면 체내에 들어가는 건 바이오고 건강정보를 보내는 건 디지털이다. 나노라는 작은 입자를 만들어서 하는 건 물리학이다. 초기 단계에서 이런 것들을 융합하는 것은 대학이 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커지면 기업이 된다. 대기업도 필요하면 그 기업을 제값을 주고 살 수 있다. 자동차 산업도 앞으로 변화하는 건 자율주행이다. 이는 전자산업이다. 또 ‘우버’ 같은 공유차로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한다. 사실 이런 건 다른 분야와 협력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벤처, 중소기업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동안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여러 정권에서 벤처를 키우려고 했는데 왜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

“자유롭게 성장하는 토대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름 하나 걸고서 정권이 바뀌면 포커스가 다른 쪽으로 갔다. 대기업도 벤처나 중소기업에 대해 완전히 공생 관계라고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벤처기업의 잠재력이 크면 제값을 다 주고 산다. 벤처 10개 중 9개는 실패할 거로 생각하면서 키워 줘야 한다. 대학을 중심으로 그런 풍토가 있어야 한다.”

그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성장동력은 하이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서비스업이다.

“예컨대 의료, 관광, 물류, 교육 같은 분야다. 금융도 동아시아로 들어가서 충분히 협력할 여지가 있다. 그쪽으로 고용을 늘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비스업을 발전시켜 국내 내수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중국 내수시장에 파고드는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 서비스산업과 관련해선 사실 규제를 많이 풀어줘야 한다. 우리나라 의료산업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비교 우위에 있다. 우리 의료 수준이 선진국에 밀리지 않는다. 또 중국은 의료산업에 대한 잠재고객이 많다. 미국을 보면 의료비용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심화하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원격진료 같은 것은 이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필요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서비스업 규제 완화는 정치적으로 합의를 봐야 한다. 누가 정권을 잡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분야다.”

이런 성장동력들을 가지고 성장의 질을 담보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의 논지는 자연스럽게 성장 담론으로 이어졌다. 이런 성장 담론에 대한 정책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가 잘되려면 함께 잘사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성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성장 못지않게 성장의 질이 문제다. 보통 얘기하는 게 고용성장, 지속성장, 포용성장이다. 고용성장이 중요한 건 최근 성장이 고용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다. 성장하면서도 고용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기부양책으로 반짝 성장하는 건 문제가 있다. 또 지속성장이 필요하다. 고용성장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포용성장이 된다. 고용을 통해 사회 양극화나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고용도 늘어나면서 포용도 되는 것이다.”

포용성장을 더 풀어서 설명해 달라고 했다.

“우리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소득 불평등 심화 등이 사회적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이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포용성장이 중요하다. 결국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갖추느냐가 가장 기본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패자부활전’을 확실하게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한 번 실패로 낙오자가 돼선 안 된다.”

정치권에서 대선을 앞두고 나오는 ‘국민성장’이니 ‘공정성장’이니 하는 담론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 교수가 체계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기존 논의를 정리한 수준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과거에는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을 썼다. 성장하려면 분배가 양보하거나, 분배하려면 성장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요즘은 그런 게 약해졌다. 또 둘 중 하나만 강조하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두 개가 같이 가야 한다. 성장하면서 성장의 질을 따져야 하는데, 이 3가지 담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 외에 최근 우리 경제의 중요한 화두인 구조조정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2010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실금융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며 “이를 또다시 미뤘을 때는 그에 따른 코스트(비용)가 엄청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말이 현실이 된 듯하다.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스스로 먼저 해야 한다. 문제는 그게 잘 안 된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 누구나 조선·해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가 후퇴하니까 선박 수요와 물동량이 줄어드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벌써 몇 년을 미뤘는가. 우리도 해운에 과잉 투자했다. 용선료를 많이 지불하고 배를 빌렸다. 또 장기적으로 조선업은 사양산업이다. 거기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다.”

―실기했다고 보는가.

“실기라기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구조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큰 비용을 들이고도 확신이 안 서는 상황이다. 또 중요한 게 구조조정 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금융위기 때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 제일 먼저 면책특권을 받아냈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제도적으로 확립되면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이 잘못되면 책임을 다 묻는다. ‘변양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외환은행을 헤지펀드인 론스타에 헐값 매각한 주범으로 몰렸으나 무죄 판결을 받음)’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것에 대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이 있는지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화제를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으로 옮겼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 개혁이 제대로 됐는가.

“미국은 안정을 찾았다. 기본적으로 노력을 많이 했다. 금융위기가 유동성 위기에서 시작됐는데, 이후 유동성 규제와 감독이 강화됐다. 다만 유럽이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유럽은 외부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시작됐는데, 유로 시스템의 한계로 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전체적으로 봐서 금융안정이 이뤄졌다고 하기에는 간단치 않은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금융규제 완화가 논의되고 있다.

“미국에서 금융규제 완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미국 금융회사들이 수입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얻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에 대한 비교우위가 있다. 미국은 세계 금융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규제 완화에) 접근하는 것 같다. 미국 정부나 월스트리트나 금융산업 수익에 어느 것이 더 도움이 되는가를 고려하다 보니 규제 완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얘기가 나온 김에 미국 경제 상황이 좋은데도 왜 무리수를 써가며 보호무역주의 등 국제적 갈등을 일으키는 쪽으로 가고 있는지 그 본질이 궁금했다. 김 교수는 깊이 있게 미국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미국이 구소련 붕괴 후 유일 초강대국(ultra-superpower)이었는데 이후 중국이 부상했다. 그래서 미국이 세계 경찰 등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경제발전 단계로는 미국에 미치지 못하지만 구매력 평가로 따진 경제 규모는 미국에 버금가거나 낫다는 분석도 있다. 새로운 라이벌이 등장하니 미국 입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스탠스를 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또 미국 경제가 회복됐지만 상당 기간 저성장을 겪었다. 그동안 미국 소득 분배를 보면 중산층의 소득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백인 블루칼라들이 그동안 견고한 중산층을 형성했는데,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중산층에서 밑으로 내려가니까 이들의 표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 그러니 선거공약을 지키는 차원도 있다. 또 많은 경우 내부에 문제가 있으면 외부를 탓한다. 어느 나라든지 그런 사례가 있다. 내부 갈등이 있을 때 외부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조업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계속 갈지는 모르겠다. 선거공약이니까 추진하다가 문제가 커지면 실용적으로 갈 수도 있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은 상당히 실용적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미·중 간 전면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금융위기 전에는 무역 증가율이 세계 경제성장률보다 높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세계 교역량이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세계화를 통해 교역이 증가하는 것은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 그런데 과연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을까. 중국도 보복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다. 으름장만 놓고 다른 것을 얻어내면서 끝낼 수도 있다. 미·중 관계는 정치·경제 따로 놀지 않고 맞물려 돌아간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금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있다. 현실적으로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외교·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직결되는 게 하이테크놀로지와 국제금융이다. 여전히 미국 유학 가서 첨단기술을 공부하고 오지 않나. 그런 프로세스는 계속 갈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상호의존성은 더 커질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지도자의 역할이고, 또 이 분야에 비전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미·중 양측에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얘기하고 양보를 못 하는 것은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저쪽이 이해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치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중국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한 한·미 동맹을 우선순위에 둘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중국에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김정남이 암살당한 것을 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깊은 한숨을 쉬며) 북한을 상대할 때 북한 주민과 김정은 정권을 분리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여러 가지 길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저렇게 해서 김정은 정권이 오래가겠는가. 김정은의 행태는 중국에도 상당히 부담이 될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자기들에 우호적인 정권이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외교·안보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라며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대화의 흐름상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내고 한국금융학회 회장,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을 역임하는 등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했다. 김 교수에게 금융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금융안정 면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심각하다. 현재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 가계부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은 금융안전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저소득층과 다중채무자, 취약자영업자의 금융부채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핵심이다. 통계가 얼마나 정확한지 몰라도 금융자산보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더 많다. 우리나라가 금융부문 발달 정도를 말하는 ‘금융 심화(financial deepening)’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부동산 비율이 높다는 게 항상 신경이 쓰인다. 어떤 면에서 부동산이 너무 고평가돼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부동산에 버블이 많은가.

“장기적으로 관리를 잘해야 한다. 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은행을 보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높지 않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늘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특히 주담대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과거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규제)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금산분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가 실물에 영향을 주면 걷잡을 수 없다. 전에는 산업이 금융기관을 자기 호주머니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주된 포인트였다. 문제는 이제 금융이 산업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금융이 오히려 산업의 부실을 가져올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를 봐라. LG카드가 LG를 흔들었다. 핀테크(금융IT) 인터넷전문은행은 다른 문제다. 규제 문제인데, 이건 풀어줘야 한다.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업무영역을 정확히 규정하면 된다. 많은 사람이 중금리 혜택을 봐야 한다. 신용 좋은 사람은 걱정을 안 해도 되지만 자기 신용만큼 평가를 못 받는 사람은 인터넷은행이 필요하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통화 및 재정정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한다고 보는가.

“통화신용정책을 더 완화해서 경기를 부양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가계부채 문제 등을 포함해 금융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대기업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환율 문제도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우리가 내린다면(양국 금리 차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가 훨씬 더 떨어질 것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으로 시비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300억 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큰 폭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우리나라도 (환율조작국) 고려 대상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재정정책이 훨씬 더 여력이 있다고 본다. 올해 재정 규모가 400조 원 정도인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다. 재정은 우리가 여유 있다. 또 재정정책과 관련해 돈을 꼭 써야 할 곳이 있다. 손주들 기르는 거 보니까 애 기르는 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의무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발상을 내비쳤다. 의무교육 대상을 고등학교로 위로 올리는 게 아니라 밑으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3~5세에 대해 정부가 의무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요즘 가장 선망의 대상이 교사다. 3~5세 보육교사에게 그런 교사 대우만 해주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따져보면 어려울 게 없다. 저출산 때문에 중·고등학교가 줄고 있다. 거기서 절약되는 부분이 있다. 또 기존 초등학교 부지를 활용해 3~5세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사고의 틀만 바꾸면 된다. 기존 어린이집 등 이해관계자와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의무교육을 한다고 하면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공교육 수준을 높이면 사교육 억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인터뷰 = 김충남 차장(경제산업부) utopian21@munhwa.com,
정리 =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mail 김충남 기자 / 국제부 / 차장 김충남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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