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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0일(金)
건강보험 재정 고갈 논란…1인당 月 4만5000원 내고 7만9500원 의료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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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언석(왼쪽 세 번째)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 7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4차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에서 건강보험을 포함해 ‘2016∼2025 8대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5년 ‘20兆 적자’ 전망… 일부선 “공포 마케팅”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눈앞에 닥쳤다. 현재 20조 원이 훌쩍 넘게 쌓여 있지만 병원에 갈 일이 많은 노인인구 증가로 지출이 급증하며 6년 뒤인 2023년엔 몽땅 바닥날 거란 전망이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적정 보험료율과 혜택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건강보험의 역할과 재정 현황, 정부 대책 등에 대해 알아본다.

1. 국민건강보험이란

고액의 진료비에 대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사회보장제도다. 국민이 평소 보험료를 내면 국가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관리하고 운영하다가 필요시 보험급여를 제공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독일을 모델로 한 일본을 참고해 설계됐다. 1968~1977년 시범사업을 거쳐 가입자들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고 가입자 대표에 의한 보험자 운영체계로 시행됐다.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12년 만인 1989년 모든 국민이 가입한 건강보험이 완성됐다.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됐고, 2000년 직장의료보험조합과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이 합쳐지면서 완전통합을 이뤘다.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소득에 따라 보험료를 내야 한다.

2. 외국의 건강보험제도는

독일과 프랑스 등은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회보험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유사하지만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단일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국민건강보험방식으로 부르며 차이가 있다. 영국은 조세를 재원으로 국가가 직업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보건서비스방식이다. 영국은 1945년 2차 대전 직후 현재의 제도를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시장과 자본에 의한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장시스템이 없다. 3000만 명 정도의 미국 국민은 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케어’를 만들어 전 국민이 강제보험에 들도록 추진했지만 보험료 인상 등으로 반대하는 보수층의 반발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3. 건강보험 종류는

건강보험은 가입 형태에 따라 직장 가입자, 피부양자, 지역 가입자로 구분된다. 직장 가입자는 직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사용자 및 공무원·교직원 등이다. 피부양자는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배우자·부모·자녀 등으로 보험료를 면제받는다. 지역 가입자는 직장 가입자와 피부양자를 제외한 모든 가입자다. 지난해 말 기준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약 5076만 명으로 전년 대비 0.5% 늘었다. 이 가운데 직장 가입자와 피부양자는 3667만 명, 지역 가입자는 1409만 명이다.

4. 얼마 내고 어떤 혜택 받나

지난해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월평균 4만5763원(직장 4만5874원, 지역 4만5473원)을 냈다. 반면,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의원·약국 등 의료기관에 지급한 급여비는 지난해 기준 총 48조3239억 원이다. 1인당 급여비를 계산하면 월 7만9536원이다. 한 사람이 월평균 4만5000원 정도를 내고, 7만9500원가량 혜택을 본 셈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1인당 평균 20회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는 질병, 부상, 출산, 예방, 재활 등 다양하다. 대상 질병도 모든 질병이다. 다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 등 비급여 대상은 제외다. 이를테면 피부 미용, 성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상일수는 질병 완치 시까지 제한이 없고 보상금액도 마찬가지다. 질병 치료 시 본인 부담금은 입원의 경우 20%, 외래 30~50%, 처방조제 30% 등이다.

5. 건강보험 재정 현황은

건강보험 재원은 국민이 내는 보험료뿐 아니라 국고(그해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4%)와 국민건강증진기금(그해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6%) 지원액으로 이뤄진다. 건강보험 재정 수지는 2011년 이후 2016년까지 6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수입 55조7195억 원, 총지출 52조6339억 원으로 3조856억 원의 흑자를 냈다. 가입자 소득증가에 따라 보험료 수입이 늘었고, 2015년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면서 건강증진기금에 들어오는 담배부담금이 불어난 덕분이다. 흑자 기조가 이어지며 누적 적립금도 2011년 1조5600억 원으로 첫 1조 원을 돌파한 후 2013년 8조2203억 원, 2015년 16조9800억 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에는 20조656억 원까지 급증했다. 재정 수지 흑자는 많이 걷고 덜 쓰는 구조 때문이다. 보험료율 자체는 2010년 월 소득의 5.33%에서 지난해 6.12%로 1%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7년간 임금 인상분을 고려해보면 건보료 수입은 2010년 28조 원에서 지난해 47조 원으로 폭등했다. 연평균 9.1%씩 늘어난 셈이다. 반면, 지출액은 연평균 7.1%에 그쳤다.

6. 내년부터 적자 전환 왜

흑자행진 가운데서도 전년 대비 흑자규모는 지난해 6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2015년 4조1728억 원 흑자를 냈는데 지난해엔 26.1%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더해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개최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에서 2016~2025년 10년간의 재정추계를 통해 올해는 흑자가 6600억 원까지 급감하고 2018년부터 -1670억 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2023년이면 20조 원을 웃도는 적립금이 모두 바닥나고 2025년이 되면 한 해 20조1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 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에,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은 적은데 병원 찾을 일이 늘어나는 노인인구가 증가하다 보니 덜 걷고 더 쓰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1인당 급여비가 지난해 95만 원에서 2025년 180만 원으로 약 2배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고 지원 역시 올해 말까지로 한정돼 있다.

7. ‘적자 전환은 공포 마케팅’ 주장

건강보험 적자 전환 전망은 정부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건강보험은 단기보험으로 적정 적립금 규모 등을 감안하면서 매년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적립금 규모·진료수요 및 경제 여건 변화 등에 따라 부분적인 당기 흑자나 당기 적자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불확실한 중장기 추계에서 적자는 단기보험인 건강보험 성격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 기재부의 중기 재정추계에서 사용된 가정은 최근 3년간 보험료율·수가·국고지원 비율 추세가 향후 지속된다는 것으로 재정 상황이 가장 좋았던 최근 3년간 낮은 보험료 인상률과 높은 수가인상률이 반영돼 중기 추계 결과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 건강보험 운용 수익률은

지난해 건강보험 자산운용 수익률은 1.7%로 군인연금(1.7%)과 함께 7대 사회보험(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 건강·고용·산재보험)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7대 사회보험 전체 수익률은 4.6%였다. 기재부는 “건강보험의 경우 수시로 자금이 필요해 장기 투자가 어렵고,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령층 진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강보험이 단기 보험이라는 특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매우 적은 수익밖에 기대할 수 없는 은행 예금이나 국채를 비롯한 국내 채권 투자 등에만 매달릴 경우 높은 수익률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해외주식과 대체투자 등으로 자산군을 다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9. 대책은

정부는 중기 수지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적정 보험료 체계, 급여 지출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지난 7일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에서 “3개 보험(건강, 노인장기요양, 고용)은 해당 기금 관리 기관별로 면밀한 중기 재정추계 보완작업을 실시토록 할 계획”이라며 “이를 토대로 중기 수지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재정안정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고갈이 가시화함에 따라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20조 원이나 넘게 쌓였는데 혜택에 비해 너무 많이 걷어가고 있다는 불만이 상당한 상황이라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얼마를 더 내고 얼마의 혜택을 받을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 부과체계 개편 어떻게

추가 재원대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정부(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역 가입자와 직장 가입자 간 서로 다른 부과체계로 인해 고소득 피부양자는 무임승차하고, 저소득층 지역 가입자는 많은 보험료를 낸다는 지적 등을 반영해 지난 1월 개편안을 내놨다. 연금이나 임대소득이 연 3400만 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건강보험료를 내도록 한다는 내용 등이다. 정부는 저소득층 부담을 덜기 위한 이번 개편안을 3단계로 추진할 경우 2조3000억 원의 재정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수진·조해동·이용권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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