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연인 신분 된 朴 前대통령이 해야 할 일

박근혜 대통령이 5년 임기를 11개월여 남기고 중도 파면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헌정 사상 최다인 1577만여 표를 얻고, 또 민주화 이후 대선에서 최초로 절대 과반 득표(51.6%)를 넘겼음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제 박 대통령은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과 동시에 ‘전(前) 대통령’이라는 자연인 신분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취임사를 통해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움도 섭섭함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진 사퇴나 임기 종료가 아닌 탄핵으로 물러나는 만큼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른 혜택은, 경호·경비를 제외하고 대부분 박탈됐다. 월 1200만 원에 이르는 연금과 교통·통신 및 사무실 비용, 무료 진료, 비서관과 운전기사 지원도 없다. 일상 생활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그동안 생활의 모든 것을 챙겨줬다는 최순실 씨도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꼭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변론서에서 “어떤 상황이 오든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선, 헌재 심판 결과를 깨끗이 승복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도리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에게도 일상으로 돌아가 줄 것을 설득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는 형사상 불소추 특권 때문에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특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 조만간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 운명이다. 최악의 경우 구속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일을 본인의 업보로 알고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것은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