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의 골프 인문학>13세기 가톨릭 사원… 톰 모리스부터 ‘골프역사’ 새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인트앤드루스 공동묘지 내 톰 모리스 가족 묘지.

‘세인트앤드루스’ 공동묘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시 올드코스에서 해안길을 따라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공동묘지가 있다.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골퍼들의 무덤이다. 도시 한복판에 을씨년스럽게 자리 잡고 있지만 세인트앤드루스의 골프 유적지 중 하나이기에 올드코스 방문객이라면 거쳐야 하는 장소다.

13세기쯤에 가톨릭 사원이었던 이곳은 당시 도시에선 가장 높고 웅장한 건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면의 높은 돌담 한쪽 벽만 남아 있다. 묘지 입구에서 반대쪽 벽면에 가려면 이곳에 묻힌 수백여 영령들의 곁을 지나야 한다. 중앙에 위치한 화장터를 지나면 벽면에 양각된 하얀색 동상이 나타난다. 24세에 요절한 영 톰 모리스다. 아래쪽 바닥에는 그의 아버지이며 영국 골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올드 톰 모리스의 무덤이 나란히 있고 그 옆에 모리스 가족의 묘지가 있다. 모리스 집안을 존경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입구에서 모리스 가족의 영전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주변의 비석보다는 좀 크게 보이는 무덤이 있다. 사전 지식이 없다면 방문객들은 이를 놓치기 일쑤다. 19세기에 골프의 신으로 불렸던 앨런 로버트슨의 무덤이다. 비석 앞쪽에는 로버트슨의 얼굴 동상, 뒷면에는 골프채를 X자로 새겨 넣었다.

비석에는 ‘존경받던 스코틀랜드의 특별한 챔피언이 잠들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여전히 그는 골프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