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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3일(月)
‘온전한 정신(Sanity)’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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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엽 문화부 선임기자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미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禪) 스승 노먼 피셔는 이 분야 인물로는 흔치 않게 리버럴한 정치적 발언을 자주 한다.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 개발 자문에 응해 ‘구글의 수도원장’으로 불린 그는 한국에 오기 직전에도 페이스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한 글을 올렸다.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자신에 대한 도청 의혹을 제기한 트럼프에 대해 “어두운 편집증의 세계에 사는 건 좋지 않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자신도 믿지 못한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탄핵 국면의 한국과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 사회를 정치 지도자의 소통 부재와 그에 따른 대중의 분노가 갈등하는 양상으로, 비슷하게 보고 있었다. 그가 한국의 강연에서 말한 해법은 “이럴 때일수록 온전한 정신(Sanity)을 찾아 차분한 상태로, 인간의 기본에 대한 믿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다르지 않다. ‘온전한 정신’은 어두운 편집증, 곧 망상(妄想)을 깬 상태이고, ‘인간의 기본’은 모든 존재는 하나라는 ‘믿음’이다. 불교적인 설명이지만, 세속의 말로 옮기면 ‘정신 번쩍 차리고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라’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조언이다. ‘그게 말이야 쉽지’라는 반응에 대해, 그는 “분노는 분노를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인간으로서 서로 경청할 수 없는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야기된 탄핵국면과 헌법재판소의 인용 과정까지, 우리가 배운 교훈은 상식과 합리성을 지킨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냐는 단순한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국가 운용의 정상화 과정은 더 어렵게 보탤 것도 없이 상식과 합리성의 회복이다. 숨 쉬듯 당연히 여겼던 법치주의라는 상식이 비합리적 행태에 의해 흔들릴 때 혼란은 엄청났다. 탄핵 인용 이후에도 국민의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 건, 다시 분노가 분노를 부르는 악순환의 재현이다. 탄핵을 반대해온 측이 시쳇말로 ‘깽판’으로 간다면 다시 법치주의의 상식이 흔들릴 것이다. 혹은 찬성한 측이 법의 범위를 벗어나 ‘복수’나 ‘응징’에 사로잡힌다면 이 또한 과거의 반복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걸 가까운 정치 역사에서 우리는 배웠다. 나만 옳다는 망상을 벗지 못한 이런 태도 모두 그새 중첩된 안팎의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차기 대통령도 이런 관점에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아래위, 좌우로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대선을 앞두고 남미 우루과이의 전 대통령인 호세 무히카가 요새 다시 회자된다. 52%의 득표율로 당선돼 5년 뒤 65%라는 지지율로 퇴임한, ‘우리도 한번 만났으면…’하는 대통령이었다. 그는 남미에서 흔했던 무장 게릴라 출신에다 14년간 혹독한 감옥 생활을 치른 대통령이었지만, 재임 이후 쏟아진 무히카에 대한 공통된 평가는 ‘매우 합리적인’ ‘건강한 상식의 국정운영’이라는 것이었다. 재임 기간 중 국민 생활도 나아지고, 더 갈 데 없던 갈등이 크게 완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불렀고, 노벨평화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다. 우루과이 내부의 극좌나 극우는 그를 싫어했지만, 다수 국민과 국제사회는 그를 사랑했다.

ejyeob@
e-mail 엄주엽 기자 / 문화부 / 부장 엄주엽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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