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또 血稅 쏟아붓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금융 상황 점검회의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종룡(왼쪽 첫 번째) 금융위원장과 진웅섭(〃두 번째) 금융감독원장이 한국산업은행과 전국은행연합회 등 금융공공기관, 금융협회 대표들과 ‘금융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4조2000억원 지원
내달 4400억원 회사채 만기
올해 1조 원대 유동성 위기

줄곧 “신규 지원 없다”더니
금융위 “최악의 조건 오면
신규 지원 등 모든 것 검토”

전문가 “폭탄 돌리기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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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이 오는 4월 4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비롯해 올해 1조 원대의 유동성 위기에 놓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신규 지원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한 이래 줄곧 “신규 지원은 없다”던 정부의 구조조정 대원칙이 흔들리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3일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여부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최악의 조건이 오면 더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 지원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감사 보고서 및 실사 보고서가 나오는 오는 20일쯤 유동성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과 벌이고 있는 드릴십 인도 협상 타결을 전제로, 이를 담보로 국책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브릿지론’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2015년에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가장 크게 어긋난 것은 신규 수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 3조4500억 원의 대우조선해양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며 2016년 신규 수주 규모를 62억 달러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4분의 1토막인 15억 달러에 그쳤다. 이에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총 9400억 원의 회사채를 해결하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다.

구조조정 속도도 더디다. 총 6조 원 규모의 대우조선 자구안 중 현재까지 이행률은 27%(1조6000억 원)에 불과하다. 모두 매각하겠다던 14개 자회사 중 팔린 건 2개(디섹·에프엘시)뿐이다.

일단 4월 위기설은 미집행분 3800억 원 등으로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지금처럼 신규 수주 성적이 바닥이고 소난골 드릴십 인도 협상이 계속 지연돼 인도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유동성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회사와 근로자, 채권은행 간 공평한 고통분담을 전제로 “더 이상 신규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한 금융당국의 원칙은 ‘대마불사’라는 현실 논리 앞에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희망 섞인 전망으로 혈세를 투입했을 때부터 ‘이번 정권에서는 망하면 안 된다’는 판단이 깔렸던 것”이라며 “신규 지원을 검토한다는 건 결국 ‘책임 떠넘기기’고 ‘폭탄 돌리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윤정아·윤정선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