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정부 원안대로 英의회 통과

‘상원 수정안’ 2개 모두 부결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권한
결국 메이 총리가 부여받게돼
총리실 “이달 말에 행사할것”
스코틀랜드는 독립투표 추진

영국 의회가 정부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공식 개시 권한을 주는 법안을 정부 원안대로 최종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테리사 메이 총리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고 EU와 탈퇴 협상을 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 하지만 스코틀랜드가 독립 주민투표를 영국 중앙정부에 공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혀 브렉시트 과정에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로이터와 AFP 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상원과 하원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EU 탈퇴 법안’에 대한 수정안 2개를 모두 부결시켰다. 상원은 이달 초 하원이 통과시킨 EU 탈퇴 법안을 두 차례 수정 가결해 하원으로 돌려보냈었다. 하지만 이날 하원이 2개 수정안 모두를 부결시키고 상원이 하원 표결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EU 탈퇴 법안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다.

상·하원을 통과한 EU 탈퇴 법안은 이르면 14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법안이 승인되면 메이 총리는 그 즉시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다만 메이 총리는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당초 언급해온 대로 3월 말에 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 등은 영국 총리실 대변인이 “총리가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을 이달 말에 할 것이 명확하다”고 말할 때 ‘말(end)’에 강세를 뒀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은 EU 창설 모태가 된 로마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열리는 EU 특별정상회의(25일)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 총리는 법원 판결과 의회 표결 등 우여곡절 끝에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권한을 받게 됐지만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안게 됐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13일 스코틀랜드 의회 연설에서 영국 정부에 독립 주민투표를 요구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브렉시트 협상이 마무리되는 2018년 가을과 2019년 봄 사이에 독립 주민투표가 치러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독립 주민투표를 위해서는 영국 하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스터전 수반은 다음 주 스코틀랜드 의회에 영국 하원 동의를 요구하는 표결을 요청할 예정이다. 스터전 수반이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녹색당이 지지하고 있어 스코틀랜드 의회 통과는 확실한 상태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이날 스터전 수반의 독립 주민투표 요구 발언을 듣고 “(독립 주민투표는) 커다란 경제적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혀 실제로 투표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EU는 스코틀랜드가 원할 경우 EU 회원국 동의를 거쳐 회원국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U 측은 “스코틀랜드가 영국이 가졌던 EU 회원국 지위를 자동 승계받지는 못하는 만큼 EU에 회원국 신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