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대중화시대, 은행의 갈 길>예대마진은 ‘마른수건’… WM서비스로 ‘새 수익원’ 찾아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픽 = 하안송 기자 song@

- ⓛ 저금리·고령화시대 새 시장

자산관리시장 2010년 946兆
작년말기준 1741兆로 급성장
당국선 신탁대상 확대안 추진

포트폴리오·리스크관리 대행
은행들 WM경쟁력 제고 역점
온라인 서비스 등 디지털화도

KB국민, 투자솔루션부 신설
NH농협, 은퇴설계시장 공략
우리, 문턱 낮춰 ‘WM대중화’
KEB하나, WM 사업단 통합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가 열리면서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말 자산관리 시장 규모는 1741조 원으로 6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로 성장했다. 정부까지 나서 국민의 종합자산관리 수단 확대를 위한 신탁(信託)업법 개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비(非)이자이익 확대가 절실한 은행이 ‘새로운 먹거리’로 자산관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은행의 자산관리 시장 진출 전략과 전망, 과제 등을 짚어봤다.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무엇보다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과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빅데이터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수수료, 금리 등 전통적인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비가격 요소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위성호 신한은행장)

“2017년 5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는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다.”(이광구 우리은행장)

시중 은행들이 자산관리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CEO들이 밝힌 올해 경영전략에도 어김없이 중요 키워드로 ‘자산관리’가 등장한다. 저(低)금리·고령화가 가져온 변화라는 분석이 크다. ‘100세 시대’를 대비하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으면서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의 차이) 중심의 영업에 집중하던 은행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예금하고 저축하면 노후 생활이 보장됐지만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투자의 시대’가 왔다”며 “직접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신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짜고 리스크(위험) 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예·적금 같은 전통적 자산관리 방식은 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2008년 5.71%까지 올랐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올해 1월 1.51%까지 떨어졌다. 1억 원을 넣어놓으면 일 년 이자가 겨우 151만 원, 한 달에 15만 원꼴도 안되는 것이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이면 전체 인구의 14%가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든다. 특히 현재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가 65세 이상 고령 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부터는 감소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 당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는 지난해 36.2명이었지만, 2065년이면 108.7명으로 늘어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고령화·저성장 시대 은퇴세대들은 과거 세대들처럼 자녀들의 부양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퇴 이후 자산축적 수요가 커지는 동시에 은행 역시 저금리 시대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한 수익 구조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자산관리 시장 규모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산관리 시장은 2010년 946조2957억 원에서 2012년 1분기 1000조 원을 넘어서더니 지난해 말에는 1741조 원 규모로 커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자산관리 시장을 키우겠다며 연내 신탁 대상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신탁업 개정안을 선보이겠다고 밝혀 성장 잠재력이 더욱 커진 상태다.

이에 자산관리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조직개편을 통해 자산관리 분야 역량을 키우고 있으며, 영업 방식도 과거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VIP 서비스’ 중심에서 대중화·맞춤형으로 다양화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KB증권과의 협업을 통해 연내 국내 최고 수준의 ‘KB 종합자산관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은행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 산하에 ‘투자 솔루션부’를 신설하고, 대표 전문가 24명을 따로 선발해 ‘WM 스타자문단’을 구성했다. 이 자문단은 투자전략·포트폴리오 자산배분·은퇴설계·부동산·세무·회계·법률 전문가, 은행·증권 PB(프라잇빗 뱅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KB국민은행은 강점 분야인 부동산투자 자문 서비스 강화를 위해 이달 중 ‘부동산투자 자문센터’ 2곳을 개설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역시 은행·증권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복합금융점포 형태의 ‘신한PWM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군을 준자산가(1억∼3억 원), 고자산가(3억∼50억 원), 초고자산가(50억 원 이상) 등으로 나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고자산가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준자산가 고객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은 ‘NH All 100플랜’이란 브랜드를 내세워 특히 은퇴설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은퇴설계지수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7가지 은퇴 솔루션이 탑재돼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금융자산 5000만 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자산관리를 3000만 원 이상 고객으로 ‘문턱’을 낮췄다. 또한 오는 5월 출시를 목표로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개발이 한창이다. 정교화된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스크래피 기술 등을 도입해 고객 성향별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모바일 기기나 PC로 포트폴리오 관리를 수행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말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신한은행은 업계 최초로 모바일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엠폴리오’를 시작했으며, 벌써 체험 고객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자산관리 분야의 ‘디지털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KEB하나은행은 연초 PB사업본부와 연금사업본부를 ‘WM사업단’으로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글로벌 경제지인 유로머니로부터 ‘대한민국 최우수 PB은행’상을 받을 정도로 PB 분야 전문성과 역량을 인정받은 만큼,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금융과 문화가 융합된 ‘슬로 뱅킹’ 개념을 도입해 은행을 공연 관람, 친목 모임 등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도 내세우고 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